(사진=AFP)
보고서는 업무가 얼마나 AI로 대체되기 쉬운지뿐 아니라, 기술의 범용성 등 일자리를 잃었을 때 얼마나 쉽게 옮겨갈 수 있는지도 함께 따졌다. 그 결과 위험이 높은 직종 상위에는 여성 비율이 90%를 넘는 ‘비서·사무보조’와 ‘접수·안내’ 등이 줄줄이 올랐다.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메타의 직원과 전직 직원 등 26명은 지난달 회사가 인력 감축 대상을 추리는 과정에서 AI를 이용해 출산·육아휴직이나 간병휴직을 쓴 사람들을 부당하게 겨냥했다며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메타는 지난 5월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약 8000명을 줄였다. 소장에 따르면 감축 대상을 고르는 기준에는 AI 사용 이력과 회사 컴퓨터로 친 글자 수 등이 포함됐다. AI가 이런 데이터를 모아 기계적으로 대상을 추리면 육아휴직 등을 쓴 사람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소송에 참여한 26명 중에는 출산 이틀 전에 해고된 여성과 육아휴직을 쓴 남성 등이 포함됐다. 메타는 이를 반박하고 있어 진상은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닛케이는 이번 소송에 대해 AI 확산이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미국 내 우려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채용 문턱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 동부 메릴랜드주의 변호사 하이디 사스(50대)는 자녀 양육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 다시 일자리를 찾다 이력서 심사에 AI가 쓰이면서 출산이나 육아로 근무 이력에 공백이 있는 여성이 불리하게 걸러진다고 느꼈다.
사스가 인력 소개 회사 담당자에게 “여성이 걸러져 나가는 구조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담당자는 “그런 편견이 심어져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인정했다. 사스는 그 대답에 말문이 막혔다고 회상했다.
더 큰 문제는 차별을 입증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2019년 출산휴가 중 평가가 깎이자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내 합의한 첼시 글래슨은 “이제는 AI가 (차별적 판단을) 더 빠르게, 게다가 증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해버린다”고 말했다. AI의 판단에 편향이 섞여 있어도 그 과정이 들여다볼 수 없는 ‘블랙박스’로 남아 지적하기가 어렵다. 고용하는 쪽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도 모른 척할 수 있다.
여성은 살아남는 방법에서도 뒤처진다는 평가다. 비영리단체 린인이 지난 3월 실시한 조사에서 일할 때 AI를 ‘매일 또는 항상’ 쓴다는 비율은 남성이 33%, 여성이 27%였다. AI 활용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도 남성(45%)이 여성(40%)보다 높았다. 반면 AI를 쓰면 요령을 피우는 것으로 비칠까 걱정된다는 비율은 여성(29%)이 남성(22%)보다 높았다.
AI를 만드는 쪽의 쏠림은 더 심하다. AI 개발 기술자의 여성 비율은 세계적으로 30% 수준이라는 분석이 있다. AI의 설계와 학습 데이터가 남성에 치우치는 문제도 지적된다.
닛케이는 사람이 AI로 대체될수록 판단에 참여하는 사람 수도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상품을 만들고 다듬는 데는 여러 관점에서 따져보는 과정이 꼭 필요한데, AI 확산이 오히려 그 과정을 없앨 수 있다는 우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