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의사록, 동결 뒤엔 강한 인상론…이후 경기둔화가 변수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0일, 오전 03:43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내부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적 기류가 예상보다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참석자는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둔화하지 않을 경우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회의 이후 고용과 소비가 약해지고 물가 압력도 완화되면서 현재 시장의 추가 인상 기대는 당시보다 크게 낮아졌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연준이 19일(현지시간) 공개한 7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여러 참석자들이 당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이들은 물가 압력이 광범위한 만큼 물가 안정과 최대고용이라는 연준의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려면 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표결에서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가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FOMC는 9대3으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당시 투표권이 없었던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와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이후 7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지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를 감안하면 당시 연준 내부의 인상론은 표결 결과에 나타난 3명보다 폭넓었던 셈이다.

◇“물가 안 내려가면 추가 긴축 필요”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논의다. 다수 참석자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지 않을 경우 추가 긴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일부 참석자는 현재 금융여건이 물가상승률을 연준 목표인 2%로 되돌리기에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대부분 참석자는 관세와 앞선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약해지면서 올해 남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많은 참석자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특히 당시 이란 전쟁 재격화는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의사록은 참석자들의 물가 전망이 “매우 불확실(highly uncertain)”하다며 이란 전쟁 재격화가 물가 전망을 더욱 흐리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 투자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일부 참석자는 AI 투자에 따른 가격 상승이 아직 반도체와 철강 등 일부 품목에 집중돼 있다고 평가했지만 다른 참석자들은 막대한 AI 투자가 총수요를 끌어올려 보다 광범위한 물가 압력을 만들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대로 장기적으로는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춰 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AI가 단기적으로는 수요와 물가를 자극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양면적 변수로 연준의 정책 판단에 들어오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슈퍼마켓에 달걀이 진열돼 있다. (사진=AFP)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슈퍼마켓에 달걀이 진열돼 있다. (사진=AFP)
◇7월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다만 이번 의사록은 어디까지나 7월 28~29일 당시 연준이 바라본 경제 상황이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후 발표된 경제지표는 추가 인상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7월 소매판매는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근원 물가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용시장에서는 7월 일자리가 예상 밖으로 감소했고 이전 두 달의 고용 증가폭도 하향 조정됐다. 7월 회의에서 연준이 노동시장을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안정적인 상태’로 평가했을 때보다 고용의 하방 위험이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금리 전망도 빠르게 바뀌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7월 말 70%를 웃돌았지만 19일 오전에는 약 36%까지 떨어졌다.

이는 이번 의사록을 단순히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린다’는 신호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7월 당시에는 추가 긴축론이 상당했지만 이후 경기와 고용이 약해지면서 연준이 마주한 위험의 균형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워시 기자회견 후폭풍…장기금리도 부담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소통 방식도 주목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7월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동결의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뚜렷한 신호를 주지 않았고 내년 1월 물가 목표가 변경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후 장기 국채금리가 거의 2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연준의 2% 물가 목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 지표가 일제히 크게 뛴 것은 아니어서 연준의 신뢰가 본격적으로 흔들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워시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연간 FOMC 정례회의 횟수를 현재 8회에서 6회로 줄이는 방안도 제안했다. 약 두 달에 한 번씩 회의를 열면 회의 사이 더 많은 경제지표를 확보하고 정책위원과 연준 내부 연구진이 장기적인 통화정책 문제를 검토할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취지다. 올해 회의 횟수는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의 다음 시선은 다음 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향하고 있다. 워시 의장이 지난 5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7월 의사록이 보여준 것은 연준의 정책 방향이 어느 한쪽으로 굳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7월 회의 당시에는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 속에서 추가 인상론이 힘을 얻었다. AI 투자 확대 역시 새로운 물가 변수로 논의됐다. 그러나 이후 고용과 소비가 약해지면서 경기 하방 위험도 커졌다. 앞으로 나오는 지표가 다시 강해지면 7월 회의에서 확인된 인상론이 되살아날 수 있지만 경기 둔화가 이어진다면 연준의 무게중심도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사진=로이터)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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