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발언한 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특히 가상자산과 기술, 온라인 베팅 업계가 이 기간 투입한 금액만 최소 2억9400만달러에 달했다. 기업 정치자금의 절반 이상을 이들 신흥 산업이 차지한 셈이다.
◇월가 대신 코인·AI…정치자금 ‘큰손’ 교체
이들이 정치자금을 쏟아붓는 배경에는 규제가 있다. 가상자산과 AI, 온라인 베팅 모두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워싱턴의 규제 향방이 사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과 창업자들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의원을 당선시키고 규제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략도 과거와 다르다. 특정 정당을 일관되게 지원하기보다 산업에 우호적인 후보라면 민주·공화당을 가리지 않는다. 가상자산 업계가 2024년 선거에서 성공시킨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인베이스와 리플,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가 지원하는 슈퍼팩 ‘페어셰이크(Fairshake)’다. 이들은 2024년 가상자산에 비판적이던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 당시 상원의원의 낙선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다. 퍼블릭시티즌은 당시 페어셰이크를 개별 후보를 제거할 수 있는 기업 정치자금의 ‘데스스타’에 비유하기도 했다.
페어셰이크는 올해 초 1억9300만달러의 실탄을 확보했고 현재도 약 1억30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암호화폐 이미지 (사진=로이터)
2024년 선거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AI 업계도 이번에는 주요 정치자금 공급자로 등장했다.
지난 6월 뉴욕시의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에서는 오픈AI와 앤스로픽 또는 양사 임원들이 지원하는 정치단체들이 서로 다른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며 2300만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초당파 선거자금 감시단체 오픈시크리츠의 브렌던 글래빈은 당시 선거를 두고 “사실상 두 AI 단체가 서로 싸운 것이고 후보들은 부차적이었다”고 평가했다.
AI 슈퍼팩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는 이번 중간선거를 위해 1억4000만달러를 모았다. 오픈AI 공동창업자 겸 사장 그레그 브록먼 부부와 앤드리슨호로위츠 등이 주요 자금원이다. 앤스로픽 역시 비영리단체 ‘퍼블릭 퍼스트 액션(Public First Action)’을 통해 최소 4000만달러를 지원했다.
온라인 스포츠베팅 업체들도 뒤를 잇고 있다. 드래프트킹스와 팬듀얼, 패너틱스, 베트365는 이번 선거에 지금까지 7200만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퍼블릭시티즌에 따르면 온라인 베팅은 이번 선거에서 세 번째로 많은 기업 정치자금을 낸 업종이다.
◇중간선거 정치광고 116억달러 전망
기업뿐 아니라 억만장자 개인의 자금도 쏟아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는 이미 2026년 연방선거에 9000만달러 이상을 투입했고 11월까지 지출을 더 늘릴 계획이다.
정치광고 시장 전체도 사상 최대 규모가 예상된다. 정치광고 분석업체 애드임팩트는 이번 중간선거 관련 정치광고 지출이 116억달러에 달해 2023~2024년 선거 주기의 종전 최고 기록인 112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막대한 정치자금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릭 클레이풀 퍼블릭시티즌 연구책임자는 “기업 자금이 정치적 담론을 뒤덮으면 사람들이 실제로 관심을 갖는 문제를 논의할 공간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이번 중간선거의 ‘쩐의 전쟁’은 단순한 기업 로비의 확대를 넘어 미국 산업 권력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세대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미미했던 가상자산·AI·온라인 베팅 산업이 이제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워싱턴의 규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