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코스피 30% 급락 조명…레버리지 투자 후폭풍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1일, 오후 03:06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코스피가 두 달 만에 고점 대비 30%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레버리지 투자가 한국 증시의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투자상품 규제를 완화했지만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빚을 낸 개인투자가 맞물리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 하락 출발…코스닥도 약세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6월 19일 고점을 찍은 뒤 약 30% 하락했다. 급등장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사거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개인들의 손실도 불어났다. 씨티는 지난달 28일 고객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손실을 387억달러로 추산했다. 달러당 1392.6원을 적용하면 약 53조 9000억원이다.

투자 열풍에는 AI 반도체 호황이 불을 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가 빠르게 증시로 몰렸다. 로이터가 인용한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액은 6월 24일 29조 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초보다 약 75% 늘어난 규모다.

정부의 규제 완화도 투자 열기를 키웠다. 금융당국은 국내외 ETF의 규제 차이를 줄인다는 취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허용했다. 관련 상품은 5월 27일 처음 상장됐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구조여서 주가가 급변하면 손실도 빠르게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출시 시기가 증시 과열 국면과 겹쳤다는 점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저점 대비 이미 두 배 이상 오른 상태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53%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두 종목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까지 거래되면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실제 7월 들어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한국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는 7월 초 97.99까지 치솟아 2009년 집계 시작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하루에 5~8%씩 움직이는 날도 여러 차례 나타났다.

대규모 손실은 개인투자자 심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구독자 370만명을 보유한 투자 유튜버 전석재씨는 로이터에 “시장에 들어온 많은 사람이 큰 손실을 봤고 상당수는 투자 자체에 흥미를 잃을 정도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투자 관련 상담을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종석씨는 지난해 하루 7~8명 수준이던 관련 환자가 올해 6월 이후 하루 평균 11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부산에서는 주식 손실의 책임을 한 유튜버에게 돌리며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20대 남성이 체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정책 부담도 커졌다. 이재명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개혁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극심한 변동성이 외국인 장기투자 유치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로이터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 성과가 시장에 자리잡기 전에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졌다며 외국인이 장기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당시 위험 요인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로이터에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각 단계에서 여러 위험 요인을 종합적으로 살폈다고 설명했다.

일부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30년간 주식에 투자했다는 80대 은퇴자 박달보씨는 이번 급락장에서 투자금의 35%를 잃었다며 “다시는 코스피에 투자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급등락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단순한 주가 상승보다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신뢰 확보에 달려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