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가, 은행업 진출…규제 완화 속 이해충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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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8월 24일, 오후 04:55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은행 설립에 나선다.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 기조 속에서 신규 은행 설립 문턱이 낮아진 이후, 대통령 일가가 직접 은행 설립에 나서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 법인 월드리버티 파이낸셜은 최근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신탁 은행 설립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월드리버티 파이낸셜의 은행 설립 목적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1’ 사업 확대다. 회사는 자체 은행을 통해 USD1의 기반이 되는 자산을 관리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위기 상황에서는 저렴한 자금 조달이나 정부 지원 가능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종 인가를 받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 자녀가 은행을 설립한 첫 미국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은 ‘월드리버티 파이낸셜’의 공동 창업자다. 트럼프 대통령도 ‘명예 공동창업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은행 설립 추진을 두고 이해충돌 논란도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금융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대통령 일가가 가상자산 사업 확장에 정책 수혜를 보고 있다는 점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차남 에릭 트럼프(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차남 에릭 트럼프(사진=AFP)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OCC는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신규 은행 인가를 내주고 있다. 취임 후 첫 19개월 동안 OCC가 승인한 은행 인가는 22건으로, 직전 5년간 승인 건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설립 심사가 엄격해졌던 상황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다. 또 과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던 심사 기간도 현재는 120일 이내 결정을 목표로 단축됐다.

민주당 소속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간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금융 정책 변화를 대중 공개 전에 먼저 볼 수 있어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는 또 스테이블코인 USD1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로비 수단으로 활용되는 동시에 금융당국의 느슨한 감독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월드리버티 측은 이런 비판을 반박했다. 회사 대변인은 “규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국가 은행 인가를 받으면 OCC의 지속적인 감독 아래 놓이고 정기 검사와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고 밝혔다.

경영진의 금융 경험 부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월드리버티의 은행 지주회사는 신청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었고, 월드리버티 파이낸셜 최고경영자인 재커리 위트코프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공개된 신청서에는 사외이사 후보에 은행권 경험이 없는 자동차 판매 그룹과 증권사 출신 인사들만 포함됐다.

회사는 이후 CFO로 사모대출 및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체인 히든로드파트너스의 전 CFO 대니얼 디첼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1980년대 미국 금융권을 휩쓴 저축대부조합(S&L) 위기를 언급하며 신규 은행 확대 과정에서 경영진 역량과 감독 체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1600개가 넘는 은행이 문을 닫았고, 부실 경영과 감독 실패가 금융 불안을 키웠다. 이후 경영진 평가는 자본 적정성, 자산 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시장 위험 민감도와 함께 은행 상태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됐다.

월드리버티 측은 “은행 경험 부족을 지적하는 주장은 잘못된 판단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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