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쟁·경제제재 확대에…낭떠러지 몰린 이란 여성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5일, 오전 10:39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가 한층 광범위해진 가운데, 이란 국민들의 일상도 전쟁 여파에 흔들리고 있다. 지속되는 정치·안보 불안과 극심한 사회경제적 압박은 노동시장과 가정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이란 여성들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여성들이 식료품점을 지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이란 여성들이 식료품점을 지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25일 이란 현지 매체 이란와이어는 미국과의 전쟁 장기화, 대규모 시위 등에 따른 이란 사회의 혼란함을 조명했다. 우선 일터에서 지속적으로 밀려나는 이란 여성들의 삶을 소개했다.

지난해 이전까지만 해도 이란 내에서 성공한 엔지니어였던 건축공학자 세피데(37) 씨는 미국과의 전쟁 이후 쏟아졌던 이란 기업들의 구조조정 파도 속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재취업 시도도 번번이 무산됐다. 전쟁 장기화로 사회가 보수화하면서 이란 기업들 역시 남성들을 우선 채용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져서다.

또한 이란 당국의 인터넷 차단 조치도 문제다. 세피데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한 인테리어 디자인 강의로 자립을 도모했지만, 이란 정부의 빈번한 인터넷 차단에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란내에서도 잘 나가던 전문직 여성이었지만, 올해 그는 전업주부가 됐다.

세피데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테리어 디자인 강의를 시작하며 자립을 도모했으나, 당국의 빈번하고 장기적인 인터넷 차단 조치로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2025년을 경제적으로 독립된 전문직으로 시작했던 그녀는 2026년 현재 남편의 수입에 완전히 의존하는 전업주부가 됐다.

이처럼 전쟁이 불러온 대량 실업은 이란 여성들에게 유독 가혹하게 적용되고 있단 지적이다. 이란 통계청이 지난해 여름 노동시장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내 실업률 감소와 함께 실질 경제활동참여율, 고용률 등이 동시 하락했다. 특히 여성 노동 시장은 더 취약했는데, 이란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율을 13.6%에 불과해 남성(68.1%)의 5분의 1수준에 그쳤다.

젊은 여성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같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15~24세 여성 실업률은 31.5%, 18~35세 여성 실업률은 26%까지 치솟아 같은 연령대 남성 실업률을 크게 웃돌았다. 또 실업 여성의 63.1%가 고등교육을 받은 대졸 이상 학력자로 집계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란 경제는 지난 1월 대규모 시위, 정부의 진압, 40일간의 추가 전쟁, 대규모 인터넷 차단 등의 악재를 연달아 마주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같은 실직 사태는 전국적으로 ‘여성의 빈곤화’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요인(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한 가정 내 불화도 점차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란와이어는 “외부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가정내 마찰로 이어지고 결국 여성들을 향한 물리적 폭력으로 격화되고 있다”며 “전쟁 위기는 경제 타격에 그치지 않고 가정내 갈등과 폭력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란 사회비상센터에 따르면 미국과의 전쟁 이후 지난 4월 기준 비상 상담 전화(123번)에 접수된 신고 건수만 5만 6000건을 넘어섰다. 이 중 상당 수가 아동 학대, 심각한 가정 불화, 정신과적 긴급 상황 관련 건이었다.

아미르 호세인 잘라리 나두샨 이란정신의학회 대변인(정신과 전문의)은 이란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위기 상황에서 가정은 단순한 사적 공간이 아니라 사회경제적·안보적 좌절감을 배출하는 압력밸브 역할을 하게 된다”며 “심리적 트라우마, 절망감, 무력함, 빈곤, 일상의 파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가정 내 폭력을 증폭시킨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24일(현지시간) 이란을 둘러싼 기존 경제 제재의 범위를 넓힌 ‘경제적 왕따’ 조치를 공식 발표한 상황에서 이란 국민들을 향한생계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또한 이란내 강경파가 최근 내부 결속을 위해 ‘히잡’ 규제를 더 강화하는 등 내부적인 문제도 이란 여성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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