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점론"은 틀렸다…가트너가 던진 파격 숫자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6일, 오전 09:3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1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하면서 업계에서 제기돼 온 ‘반도체 고점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전망이 나왔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입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입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1조 5552억달러(약 2146조원)로 예상된다. 지난해 8090억달러에서 무려 92% 증가한 규모다. 내년에는 1조 9399억달러(약 2677억원)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보다 약 25% 성장하는 것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메모리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8373억달러로 지난해 2201억달러보다 약 28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높아진다. 지난해 27%에 불과했던 메모리 비중은 올해 54%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셈이다. 가트너가 메모리 매출이 비메모리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것은 이례적이다.

가트너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메모리 시장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AI 서버가 늘어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전반에 대한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트너는 올해 D램 매출이 지난해보다 246.6%, 낸드플래시 매출은 371.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이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제품으로 부상한 가운데 범용 D램과 낸드까지 수요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업황 전체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고 있다. 두 회사 모두 HBM과 서버용 D램, 낸드 등 다양한 메모리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수혜 범위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트너는 내년 추가 생산능력이 시장에 투입되더라도 메모리 수급이 빠듯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AI 인프라 구축이 계속되면서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 자체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AI 인프라 확대와 서버당 메모리 탑재량 증가, HBM 수요가 2027년 이후에도 메모리 매출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전망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AI의 수혜가 메모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커질수록 CPU와 네트워킹 반도체, 전력관리반도체, 아날로그 반도체, 광인터커넥트 등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다양한 반도체의 수요가 함께 증가한다.

가트너에 따르면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매출도 지난해 5890억달러에서 올해 7179억달러로 21.9%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8644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황의 성장 동력이 HBM 하나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

가트너가 내놓은 장기 전망은 더 긍정적이다. 전체 반도체 매출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생태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6.5%에서 2030년 53%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4년 뒤에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AI 데이터센터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가트너의 이번 전망은 ‘AI 반도체 붐이 정점을 찍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달리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메모리에서 비메모리까지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만들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