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북극항로 시범 운항 암묵적 승인"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6일, 오후 07:21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이 한국 선사의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대해 사실상 암묵적 승인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관리하는 항로를 이용하는 만큼 대러 제재 위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미국은 이번 운항과 관련해 한국을 상대로 2차 제재를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항로 시범운항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 (사진=연합뉴스)
북극항로 시범운항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 (사진=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팬스타의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가 러시아 북극해 연안을 따라 유럽으로 향하는 운항에 대해 2차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이 향후 유사한 운항까지 포괄적으로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필요할 경우 이후 제재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팬스타 아크로는 지난 22일 부산항을 출발해 영국 펠릭스토우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거쳐 돌아오는 45일 일정의 왕복 항해에 나섰다. 한국 선사가 상업성을 검증하기 위해 북극항로를 시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이 관리한다. 선박이 러시아 항구에 기항하지 않거나 러시아 쇄빙선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통항을 위해서는 러시아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서방 외교가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 제재 공조에 참여해온 한국이 러시아가 관할하는 항로를 이용하는 데 대해 우려가 나왔다.

서울에 주재하는 일부 서방 국가의 외교관들은 서방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인 한국의 이번 운항에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관은 한국 측이 러시아에 통행료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시범 운항과 관련해 러시아 기관에 어떠한 비용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정부는 주요 관련국에 운항 목적과 계획을 충분히 설명했고, 국제 규범 준수를 위한 협의도 거쳤다는 입장이다.

FT는 한국이 물류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북극항로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운하를 거칠 때보다 유럽까지 운항 기간을 약 10일 단축할 수 있어 연료비와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동 분쟁으로 호르무즈해협과 수에즈운하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체 운송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졌다.

중국과 수출 경쟁을 하는 한국 입장에선 중국이 2023년부터 북극항로를 이용한 컨테이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다는 점에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은 중국이 북극 물류 시장을 선점할 경우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극항로는 부산 경제를 되살릴 카드로도 거론된다. 조선과 해운, 물류, 철강, 석유화학,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등 관련 산업 기반이 집적돼 있어 부산이 북극 물류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인구 감소와 제조업 공동화로 침체된 지역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미국의 이번 판단이 북극항로 사업의 상업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와 금융기관이 러시아 관련 거래를 기피할 수 있고, 운항 가능 시기가 제한적이어서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런던 킹스칼리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한국이 북극항로를 개척하는 것은 중국과 경쟁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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