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m 빙하가 통째로 ‘뚝’…1200m 추락 뒤 네팔 대홍수 덮쳤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7일, 오전 10:39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을 덮쳐 최소 160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홍수가 고산지대의 대규모 빙하 붕괴로 촉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과학자들의 초기 분석이 나왔다. 폭 약 600m에 달하는 빙하 덩어리가 산에서 떨어져 약 1200m 아래 계곡으로 추락했고, 산산이 부서진 얼음과 물이 거대한 급류로 변하면서 하류 마을을 덮쳤다는 분석이다.

2026년 8월 26일 중국 티베트 지역 기롱(Gyirong)의 네팔-중국 국경 계곡에서 진흙과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파도가 건물들을 휩쓸며 사람들이 도망치는 모습이 CCTV 영상에 포착되었다. 이 화면 캡처는 소셜 미디어에 게시된 영상에서 가져온 것이다. (사진=로이터)
2026년 8월 26일 중국 티베트 지역 기롱(Gyirong)의 네팔-중국 국경 계곡에서 진흙과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파도가 건물들을 휩쓸며 사람들이 도망치는 모습이 CCTV 영상에 포착되었다. 이 화면 캡처는 소셜 미디어에 게시된 영상에서 가져온 것이다. (사진=로이터)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질학자와 빙하학자들은 위성사진과 지진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번 홍수가 ‘얼음사태(ice avalanche)’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대니얼 슈거 캐나다 캘거리대 지질학자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지역의 빙하가 깔끔하게 끊어지듯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빙하가 수직으로 1㎞ 이상 떨어져 계곡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밝혔다.

슈거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6일 폭 약 2000피트(약 610m)의 얼음 덩어리가 빙하에서 떨어져 나왔다. 빙하는 약 1만7000피트(약 5200m) 고도에서 붕괴해 약 4000피트(약 1200m)를 추락했다.

높은 산에 있던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한꺼번에 떨어지면서 막대한 위치에너지가 방출됐다. 추락 과정에서 얼음이 부서지고 물과 섞여 빠르게 움직이는 급류로 바뀌었다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사이먼 쿡 영국 던디대 빙하학자는 “높은 산에 저장돼 있던 거대한 얼음 덩어리에는 엄청난 위치에너지가 있다”며 빙하가 떨어질 때 발생하는 충격으로 얼음이 산산이 부서져 위험한 급류가 된다고 설명했다.

슈거 교수는 빙하가 떨어진 계곡 바닥에 대해 “폭탄이 터진 것처럼 보인다”며 “부서진 빙하의 퇴적물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빙하 붕괴 지점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약 64㎞ 떨어진 곳으로 분석됐다. 얼음과 물은 계곡을 따라 북서쪽으로 이동해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의 보테코시강 방향으로 흘러갔다.

2026년 8월 26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의 트리슈리 바자르에서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한 후, 강변을 따라 진흙탕물에 집들이 부분적으로 잠겨 있다. (사진=AFP)
2026년 8월 26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의 트리슈리 바자르에서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한 후, 강변을 따라 진흙탕물에 집들이 부분적으로 잠겨 있다. (사진=AFP)
급류는 국경 일대를 휩쓴 뒤 네팔 깊숙한 곳까지 피해를 냈다. NYT가 확인한 영상에는 중국과 네팔 접경의 지룽항에서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이 거대한 진흙 급류와 잔해가 건물과 주차시설을 덮치는 모습이 담겼다. 불과 몇 초 만에 건물이 무너지고 차량 최소 12대가 진흙에 파묻혔다.

진흙과 물은 트리슐리강을 따라 최소 45마일(약 72㎞) 하류까지 흘러가 건물과 다리를 파괴하고 주변 지역을 침수시켰다. 위성사진에서도 지룽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25마일(약 40㎞) 떨어진 지역까지 홍수 피해가 확인됐다.

이번 사태로 네팔과 티베트 접경지역을 따라 최소 160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실종됐다.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빙하 붕괴 당시 발생한 충격은 지진계에도 잡혔다. 현지 지진 관측자료에서는 오전 8시 40분께 거대한 물질이 갑자기 산 아래로 이동한 신호가 나타났고 곧이어 홍수를 뜻하는 ‘흐름 신호’가 포착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처음 이 신호를 규모 4.4의 지진으로 기록했다. 이후 분석을 거쳐 지진이 아니라 산사태 자체가 만들어낸 지진파로 판단했다. 산사태의 충격은 규모 5.2에 해당하는 신호를 발생시켰다.

크리스틴 쿡 프랑스 그르노블알프대 지형학자는 “사건이 시작될 때 매우 큰 신호가 나타나지만 지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며 “지역 상황과 위성사진을 종합하면 암석과 얼음이 함께 무너진 뒤 하류로 이동하면서 급류로 전환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게 현재의 초기 판단”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빙하 붕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사고 전날까지 촬영된 위성사진에서는 눈이 빠르게 사라진 정황이 나타났다.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붕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히말라야는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빙하가 녹으면서 산사태나 눈사태가 대량의 물을 한꺼번에 방출해 하류 지역을 덮칠 위험도 커지고 있다.

2021년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에서도 히말라야 빙하가 붕괴하면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100명 넘게 숨졌다. 과학자들은 이번 네팔·티베트 접경지역의 재해가 당시 사고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홍수의 원인을 빙하 붕괴 하나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구름 때문에 사고 직후의 위성사진이 충분하지 않고 전체 기상자료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이번 홍수에서 관측된 물의 양이 기존 빙하 붕괴 사고보다 이례적으로 많다는 점이 추가 분석 대상이다.

슈거 교수는 “영상에 나타난 물의 양은 놀라울 정도로 많다”며 “최근 발생한 비슷한 빙하 재해보다 한 자릿수 이상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원인이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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