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하지만 시장의 균형추는 움직이고 있다. 2020년대 초 저금리와 원격근무 확산을 계기로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대거 공급했지만, 이후 금리가 상승하고 공급 과잉으로 임대료가 떨어지자 신규 건설을 줄였다. 지난달 다세대주택 건설 허가 건수는 2022년 7월보다 33% 감소했다. 공실률도 중요한 신호다. 미국 아파트 공실률은 7.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2021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쏟아진 신규 물량을 시장이 흡수하면서 공급 여유가 줄고 있다는 의미다. 샌프란시스코·산호세·뉴욕 등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지역에서는 이미 임대료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높은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도 임대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약 6.7%에 달하고 주택 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에 머물면서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매매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임대시장에 더 오래 머물고 있다. 결국 ‘고금리→주택 구매력 약화→임대 수요 증가→건설 위축→임대료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형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임대료가 다시 오르면 미국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에도 부담될 수 있다. 주거비는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통상 미국의 임대료는 여름철 이사 성수기에 정점을 찍지만 신규 건설과 입주율 추세를 고려하면 내년 여름에는 올해보다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파트먼트 리스트의 롭 워녹 수석 경제연구원은 “아직은 임차인에게 유리하지만 방향은 바뀌고 있다”며 “내년 여름 이사철에 나타날 임대료 상승폭은 올해보다 더 클 것이다”고 진단했다.
주택 임대를 알리는 간판.(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