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푸틴, 확전 택했다…병력 30만 추가 투입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31일, 오후 02:1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타격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상전에는 30만~40만명을 추가 투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동원령을 한 번도 해제한 적이 없어 새 동원령을 선포할 필요가 없는 상태다.

추가 병력은 지방정부가 압박하는 방식으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불만을 지역 안에 가두기 위해서다. 당국은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750㎞ 떨어진 펜자에서 새 모집 방식을 이미 시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10월 랴잔 인근 서부군관구 훈련소를 찾아 동원 예비군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AF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10월 랴잔 인근 서부군관구 훈련소를 찾아 동원 예비군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AFP)
◇확전 결심 굳혔나…서방도 바짝 긴장

크렘린궁 소식통들은 이코노미스트에 푸틴 대통령이 여름 내내 고심한 끝에 확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를 방증하듯 그는 지난 22일 집권당 통합러시아당 연설에서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침공)은 계속된다”며 “우리는 오직 앞으로만 나아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별도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과 물류센터를 드론으로 잇달아 때린 데 대한 오랜 침묵도 깼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며 “당신들 경제에서 가장 민감한 부문에 역풍이 불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모스크바의 한 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학생·교직원들에게 “범고래가 북극곰을 잡아먹는다. 그것이 먹이사슬”이라며 “아이들에게 이를 가르쳐야 한다.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왜 우리가 특별군사작전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도록”이라고 강조했다.

서방은 이 같은 연설 이전부터 긴장을 높여 왔다.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25일 예고 없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공격을 경고하기 위한 방문인지 또는 협상을 설득하러 갔는지와 관련해 관측이 엇갈린다.

사흘 뒤 핀란드는 러시아 국경 감시를 위해 스웨덴에 항공기·군함 지원을 요청했다. 루마니아는 지난 20일 자국 수역 시추 플랫폼을 노린 러시아 해군 드론을 격추했고, 슬로바키아는 지난 25일 드론 공장 방화 시도를 막았다. 독일은 지난 4일 라이프치히 공항 드론 공격을 러시아 소행으로 지목할 준비를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은 그가 랫클리프 국장의 방문을 미국이 약해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1월 조 바이든 당시 미 대통령의 정보수장이던 빌 번스 CIA 국장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라고 경고하러 모스크바를 찾았을 때에도 푸틴 대통령은 같은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석 달 뒤 침공을 감행했다.

◇여론도 엘리트도 등 돌렸다…흔들리는 권력 기반

확전 이유는 러시아 내부에 있다는 진단이다. 푸틴 대통령의 최우선 목표는 늘 자신의 권력, 나아가 목숨을 지키는 것이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크렘린궁의 걱정거리는 여론의 암묵적 동의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57%가 지금 상황을 “긴장 상태”로 표현했다. 전쟁과 사망자, 동원, 드론 공격, 보이지 않는 미래를 이유로 들었다. 관영 TV 선전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젊은층은 소셜미디어에 종전을 요구한다. 지지율도 미끄러지고 있다.

엘리트층 분위기는 더 나쁘다. 한 내부 인사는 가장 큰 문제가 경제난이나 군사적 실패가 아니라 낭비된 시간이라고 했다. 결과가 어떻든 5년 가까이 끌었다는 것 자체가 경제 자원을 갉아먹고 정치적 자본만 낭비한다는 측면에서 실패라는 뜻이다. 또 다른 엘리트는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러시아 체제가 폭력에는 관대하지만 실패에는 가혹한 만큼, 최소 목표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역 장악조차 못한 채 전쟁을 끝내면 신변이 위태로워진다고 푸틴 대통령 스스로 믿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내부 인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개전 후 측근들에게 “그들이 나를 목매달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만 어떤 형태의 확전이 이뤄질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우방을 겨냥한 하이브리드전과 파괴 공작을 강화하고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로 이어지는 보급로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서방 정보당국이 우크라이나용 군수품을 만드는 유럽 공장이 표적이 될까 우려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나토와 정면 충돌까지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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