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선택받아야 팔려"…日기업들, 홈피 뜯어고친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후 04:1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소비재 기업들이 인공지능(AI)에 잘 읽히도록 자사 홈페이지를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AI와 대화하며 물건을 고르는 일이 늘면서다. AI가 어떤 상품과 브랜드를 추천하느냐가 새로운 경쟁의 축으로 떠오른 것이다.

AI가 이용자 대신 물건을 사주는 '에이전트 커머스'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AFP)
AI가 이용자 대신 물건을 사주는 '에이전트 커머스'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AFP)
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영국 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일본과 미국, 유럽 등 44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해 소비재 전자상거래(EC) 구매 조사에서 챗GPT와 제미나이 등 AI를 거쳐 쇼핑몰로 넘어온 방문 건수는 1년 전의 약 12배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늘었다.

그동안 소비자는 구글 등 검색엔진을 통해 여러 사이트를 비교하며 상품을 골랐다. 그러나 화장품과 생활용품, 가전, 의류 등에서는 AI와 대화하며 정보를 모아 구매하는 흐름이 퍼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브랜드 사이트 같은 1차 정보를 근거로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하는 만큼, 제조사들은 정보의 출처가 되는 자사 사이트 재설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최대 생활용품 업체 카오는 올해 안에 AI가 추천하기 쉬운 정보 발신 지침을 만들 예정이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브랜드 사이트를 손봐 상품의 특징과 효과,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항목별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AI가 정보의 의미와 연결 관계를 읽어내기 쉽게 하겠다는 의도다.

마케팅도 AI에 맞춰 바꾸고 있다. 자체 시스템으로 AI가 자사 브랜드를 얼마나 추천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한다. 아울러 소셜미디어(SNS) 후기와 소비자 관심사도 함께 들여다보고 정보 발신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다.

구와바라 히로시 카오 디지털전략부문 총괄 집행임원은 “지금은 브랜드마다 정보를 정리하는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AI가 헤매는 구조”라며 “기업 사이트를 포함해 AI에 맞춰 손보겠다”고 말했다.

제과업체 모리나가제과는 지난 3월 주력 아이스크림 ‘초코모나카 점보’의 방일 외국인용 사이트를 AI가 참조하기 쉽게 개편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AI로 일본에서 인기 있는 식품과 선물을 알아보는 경우가 늘어서다. 기존에는 이미지나 PDF 파일에 글자 정보가 담겨 있어 AI가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상품 이미지와 디자인은 살리되 식감 등을 문자로 옮겼고, 일본의 모나카 아이스크림 문화를 소개하는 칼럼도 만들어 정보량을 늘렸다.

기저귀·생리용품 업체 유니참도 브랜드 사이트에서 상품 특징과 브랜드 가치를 전하는 정보 구조를 손보기 시작했다. 다만 AI에 선택받는 사이트를 만드는 일은 아직 각 사가 더듬어 가는 단계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AI에 잘 노출되도록 돕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GMO인터넷그룹 산하 GMO커머스는 지난 7월 음식점이나 상품 사이트가 AI에 어떻게 인식되는지 진단하고 개선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챗GPT와 제미나이 등 주요 AI의 알고리즘 변화도 지속적으로 분석한다.

해외에서는 AI가 구매까지 대신하는 ‘에이전트 커머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미국 세일즈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쇼핑 시즌에 AI 에이전트나 AI 검색을 거친 구매가 전 세계 온라인 매출의 20%에 달했다. AI를 통해 쇼핑몰을 찾은 이용자의 구매율은 SNS를 거친 경우의 9배였다.

유로모니터의 전자상거래 담당 애널리스트 라비아 야스민은 “AI는 소비자의 구매 행동 자체를 다시 쓰고 있다”며 “예전에는 검색엔진 최적화(SEO)로 검색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AI와의 대화에서는 대기업이나 강한 브랜드라도 우위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에 얼마나 인용되고 추천받느냐가 경쟁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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