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녀 살해 혐의 엄마, 왜 미국은 그를 동정하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9월 02일, 오후 02:26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에서 어린 자녀 3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낸시 클랜시(36)의 형사책임 여부를 심리 중인 배심원단이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담당한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고등법원의 윌리엄 설리번 판사는 배심원 12명이 나흘간 심의했지만 교착상태에 빠졌다 는 메모를 전달하자 심의를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설리번 판사은 배심원단이 메모를 통해 “여러 시간 동안 심의했지만 만장일치 결정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심원단은 이후 약 5시간을 추가로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심의는 다음날 재개될 예정이다.

해당 재판은 약 6주 전 시작됐으며 80명이 넘는 증인이 출석했다. 300점이 넘는 증거가 제출됐다.

종합병원 분만실 간호사였던 클랜시는 2023년 1월 보스턴 교외에 있는 자택 지하실에서 운동용 밴드를 이용해 생후 8개월, 3세, 5세 등 세 자녀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그는 이후 자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이로 인해 클랜시는 하반신이 마비됐다.

린지 클랜시(사진=AFP)
린지 클랜시(사진=AFP)
클랜시의 변호인 케빈 레딩턴은 배심원단에 1급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달라 고 요청하고 있다. 클랜시가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였으나, 어린 자녀 3명을 살해할 당시 산후우울증보다 심각한 산후정신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 정신과 전문가는 클랜시가 범행 당일 명백한 정신병 상태였으며 외부의 명령에 따르는 듯한 ‘명령 환청’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클랜시는 셋째 아이 출산 이후 수개월 동안 불면증과 불안, 우울증, 자살 충동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으며 반복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여러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았고 사건 약 3주 전에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클랜시는 1급 살인 혐의로 유죄가 인정될 경우 가석방 없는 종신형 에 처해질 수 있다. 심신상실을 이유로 무죄가 인정되면 주립 정신병원에 수용될 수 있다.

검찰은 클랜시가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사실이나 범행 당시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있었으며 살인을 계획적으로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범행 직전 클랜시가 당시 남편이었던 패트릭 클랜시를 음식 주문을 찾아오고 약국에 다녀오도록 집 밖으로 보낸 정황을 검찰은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클랜시가 남편에게 심부름을 시키기 전에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는 데 얼마나 걸릴지를 휴대전화로 검색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집으로 돌아온 패트릭은 손목과 목에 상처를 입은 채 뒷마당 바닥에 쓰러져 있는 클랜시를 발견했다.

구급대원들이 도착한 뒤 패트릭은 아내가 아이들이 있다고 말한 지하실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목에 운동용 밴드가 묶여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패트릭을 비롯한 다른 증인들은 클랜시가 이후 자신들에게 한 남성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그 목소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진술했다고 증언했다.

레딩턴 변호인은 이를 두고 클랜시가 수개월간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끝에 비극이 발생한 바로 그 순간 산후 정신병 상태에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린지 클랜시가 살해한 세 자녀의 사진이 담긴 표지판을 들고 있는 여성.(사진=AFP)
린지 클랜시가 살해한 세 자녀의 사진이 담긴 표지판을 들고 있는 여성.(사진=AFP)
TV 등으로 중계된 해당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정신질환자의 형사책임과 출산 후 여성에 대한 정신건강 치료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해당 사건에서도 클랜시가 세 자녀를 살해했다는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클랜시에 대한 동정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선 클랜시를 미국 의료 시스템의 피해자로 보는 주장이 확산됐으며, 플리머스 법원 앞에선 클랜시를 지지하는 이들이 집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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