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주거지역에서 정전으로 불이 꺼진 아파트 단지 옆을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이 파괴되면서 키이우 곳곳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사진=AFP)
지난 겨울을 교훈 삼아 서둘러 겨울 채비에 나선 것이다. 당시 러시아 미사일이 키이우 베레즈냐키 지역의 난방시설을 파괴하자 주민들이 일제히 전기 히터를 켜면서 전력망이 타버렸다. 수백개 아파트 단지가 몇 주 동안 난방과 전기 없이 지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는 겨울이 끝나기 전 재발 방지를 결의했고,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은 지난 4월부터 도시별 자체 발전 용량 확보와 주요 설비 방호, 난방·전력 공급 분산을 축으로 하는 회복력 계획에 착수했다. 총리를 지낸 데니스 슈미할 에너지장관 부임 뒤 관리가 개선된 것도 한몫했다.
올렉산드르 하르첸코 에너지 전문가는 “오는 12월까지 예년 어느 해보다 3배 많은 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이전까지 방호 시설이 단 한 곳도 없던 키이우의 11만볼트 변압기 24기는 그물망과 콘크리트로 보강됐다.
문제는 하늘이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생산은 월 100발 안팎으로 늘었는데 요격미사일 재고는 급감했다.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엇 미사일 300발을 더 확보하려 하지만 장담할 수 없고, 자체 요격체 개발에는 수년이 걸린다.
키이우 전력망을 운영하는 DTEK의 막심 팀첸코 최고경영자(CEO)는 “집중적인 탄도미사일 공격은 우리 발전소 중 어느 것이든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4개월 연속 월간 공격 횟수는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더 큰 복병은 제트 추진 드론이다. 우크라이나는 프로펠러로 나는 샤헤드형 자폭 드론은 열에 아홉 이상 격추하며 사실상 무력화했다. 하지만 조종사가 유도하는 새 제트 드론은 시속 200㎞가 아니라 최대 600㎞로 날아든다. 방공사령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공격에서 격추율은 30%에 그쳤다. 4년 동안 탄도미사일이 맞히지 못한 핵심 시설이 이 드론에 뚫리기도 했다.
서방의 예측과 달리 러시아는 제트엔진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방공사령부 관계자는 크렘린궁이 제재를 우회해 서방 롤스로이스 공장 수준의 터빈용 3차원(3D) 프린팅 장비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드론 한 대 값은 절반 넘게 떨어져 5만~7만달러(약 6878만~9628만원) 수준이며 더 낮아질 전망이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 위협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면서도 “실패의 책임은 우리 파트너들에게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은 산업 수요가 워낙 가라앉아 남아돌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러시아가 지역 발전 설비를 부쉈을 때 키이우와 오데사, 크리비리흐 같은 도시에 전기를 보낼 수 있는지다. 키이우 주변 일부 변전소는 예비 설비가 없고, 전력 대부분을 대는 원자력발전소와의 연결선도 마찬가지다. 상수도에 전기가 끊기면 하수와 지역난방이 동시에 멈춘다. 수도의 건물 1만 5000동 가운데 2500동은 예비 열원조차 없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겨울이 지난겨울보다 나을 이유가 없다며 서리가 내리면 수도가 “고통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팀첸코 CEO는 보다 신중한 입장이지만, 지난해와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