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최악의 겨울 폭격 예고…우크라 전력망 '사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9월 02일, 오후 03:0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크라이나가 역대 가장 혹독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의 겨울 공습에 대비해 전력망 방어를 서두르고 있다. 전력 자체는 여유가 있고 준비도 어느 때보다 빠르지만, 러시아의 공격 수단이 더 빨리 진화하면서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주거지역에서 정전으로 불이 꺼진 아파트 단지 옆을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이 파괴되면서 키이우 곳곳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사진=AFP)
지난 1월 2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주거지역에서 정전으로 불이 꺼진 아파트 단지 옆을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이 파괴되면서 키이우 곳곳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사진=AFP)
1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전례 없는 규모의 전력망 방호 사업을 일정보다 앞당겨 절반가량 마쳤고, 천연가스 140억㎥를 비축한 채 겨울을 맞는다. 방공 임무를 돕는 민간 회사도 새로 생겼다.

지난 겨울을 교훈 삼아 서둘러 겨울 채비에 나선 것이다. 당시 러시아 미사일이 키이우 베레즈냐키 지역의 난방시설을 파괴하자 주민들이 일제히 전기 히터를 켜면서 전력망이 타버렸다. 수백개 아파트 단지가 몇 주 동안 난방과 전기 없이 지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는 겨울이 끝나기 전 재발 방지를 결의했고,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은 지난 4월부터 도시별 자체 발전 용량 확보와 주요 설비 방호, 난방·전력 공급 분산을 축으로 하는 회복력 계획에 착수했다. 총리를 지낸 데니스 슈미할 에너지장관 부임 뒤 관리가 개선된 것도 한몫했다.

올렉산드르 하르첸코 에너지 전문가는 “오는 12월까지 예년 어느 해보다 3배 많은 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이전까지 방호 시설이 단 한 곳도 없던 키이우의 11만볼트 변압기 24기는 그물망과 콘크리트로 보강됐다.

문제는 하늘이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생산은 월 100발 안팎으로 늘었는데 요격미사일 재고는 급감했다.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엇 미사일 300발을 더 확보하려 하지만 장담할 수 없고, 자체 요격체 개발에는 수년이 걸린다.

키이우 전력망을 운영하는 DTEK의 막심 팀첸코 최고경영자(CEO)는 “집중적인 탄도미사일 공격은 우리 발전소 중 어느 것이든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4개월 연속 월간 공격 횟수는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더 큰 복병은 제트 추진 드론이다. 우크라이나는 프로펠러로 나는 샤헤드형 자폭 드론은 열에 아홉 이상 격추하며 사실상 무력화했다. 하지만 조종사가 유도하는 새 제트 드론은 시속 200㎞가 아니라 최대 600㎞로 날아든다. 방공사령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공격에서 격추율은 30%에 그쳤다. 4년 동안 탄도미사일이 맞히지 못한 핵심 시설이 이 드론에 뚫리기도 했다.

서방의 예측과 달리 러시아는 제트엔진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방공사령부 관계자는 크렘린궁이 제재를 우회해 서방 롤스로이스 공장 수준의 터빈용 3차원(3D) 프린팅 장비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드론 한 대 값은 절반 넘게 떨어져 5만~7만달러(약 6878만~9628만원) 수준이며 더 낮아질 전망이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 위협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면서도 “실패의 책임은 우리 파트너들에게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은 산업 수요가 워낙 가라앉아 남아돌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러시아가 지역 발전 설비를 부쉈을 때 키이우와 오데사, 크리비리흐 같은 도시에 전기를 보낼 수 있는지다. 키이우 주변 일부 변전소는 예비 설비가 없고, 전력 대부분을 대는 원자력발전소와의 연결선도 마찬가지다. 상수도에 전기가 끊기면 하수와 지역난방이 동시에 멈춘다. 수도의 건물 1만 5000동 가운데 2500동은 예비 열원조차 없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겨울이 지난겨울보다 나을 이유가 없다며 서리가 내리면 수도가 “고통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팀첸코 CEO는 보다 신중한 입장이지만, 지난해와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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