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동안 중국 업체들은 부품업체와의 협상력, 마진 축소, 사양 조정 등을 통해 원가 상승을 상당 부분 흡수해왔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이 구조적으로 오르면서 더 이상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배경은 AI발 반도체 수요 폭증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서버가 고성능 메모리를 대거 빨아들이면서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빠듯해졌다. 여기에 반도체 생산능력이 AI용 고성능 칩에 우선 배정되면서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IT기기의 부품 조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 가격도 오르고 있다. 샤오미·아너·오포·비보 등에 AP를 공급하는 퀄컴은 이달 1일 출하분부터 주요 칩셋 공급가격을 약 10% 인상했다. AP는 스마트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25% 수준으로 높아 가격 상승이 제조사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중국폰은 그동안 애플과 삼성전자보다 낮은 가격에 비슷한 성능을 제공하는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을 확대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중국폰 가격까지 빠르게 오르면 이 같은 가격 차별화 전략이 약해질 수 있다. 특히 화웨이의 메이트80 프로 가격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와의 가격 격차도 크게 좁히고 있다. 중국 업체가 더는 원가 상승을 흡수하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 ‘중국폰=저가폰’이라는 공식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마지화 ICT업계 분석가는 “AI 시장의 급성장으로 반도체 생산능력이 AI 서버 쪽에 쏠리면서 가전과 IT기기용 반도체 공급이 타이트해졌다”고 지적했다.
화웨이 ‘메이트 80 프로’ 현 가격. (사진=화웨이 온라인 사이트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