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사우디와의 원자력협정안에는 추가 협의를 거쳐 사우디 영토 내에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으며, 농축도는 20%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정도의 농축도는 엄격한 통제가 없다면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위험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영리 안보단체 핵위협구상(NTI)의 부대표이자 전 미국 에너지부 관료인 스콧 로커는 “이 정도 농축도에 이르면 무기급 물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의 상당 부분을 이미 마친 상태가 된다”며 “따라서 해당 물질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협정안은 처음부터 사우디 영토에서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지는 않고 수년 안에 농축 시설 건설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이 협정에 서명한 직후인 지난 7월23일 “이번 협정에 따라 핵물질 농축은 없을 것”이라고 한 말은 절반만 맞은 셈이다.
협정안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 관리들은 2년 이내에 ‘공동 농축 및 전환 연구’를 실시해 우라늄 농축의 “경제적 타당성”과 핵확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한다. 이 기간에는 원자로를 판매할 수 있지만 우라늄 농축은 금지된다.
미국과 사우디 관리들이 우라늄 농축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할 경우 미국 기업과 해외 공급업체들이 농축 시설을 건설하게 된다. 이 시설에서는 우라늄을 최대 5%까지 농축할 수 있다. 이후 양국이 추가 연구를 진행하면서 농축도를 20%에 근접한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으로 논의할 수 있다.
협정문을 검토한 의원들은 연구 결과 농축이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 의회가 이를 저지할 기회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2년까지 걸릴 수 있는 협의 절차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양측이 이틀 만에 합의할 수도 있다”며 “의회가 협정을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상·하원은 협정을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공동 불승인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 같은 조치가 없으면 협정은 의회 회기일 기준 90일이 지나면 자동 발효된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미국 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되면 핵물질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협상단은 미·사우디 간 민감한 원자력 협력과 관련된 시설 목록을 대상으로 하는 사찰 협정도 마련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검증 체계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주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내게 중요한 것은 사우디에서 핵물질의 전용이나 미신고 활동이 없다는 것을 검증하기 위해 내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비통제협회의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이번 협정의 사찰 체계가 IAEA의 추가의정서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추가의정서는 핵물질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의심스러운 시설로 판단될 경우 IAEA가 해당 시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킴볼 사무총장은 “이번 협정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적 있는 국가를 상대로 하면서도 세계 100개국 이상에 요구되는 것과 비교해 크게 못 미치는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