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금리 30년래 최고…日 전력·통신사 자산 매각 저울질

해외

이데일리,

2026년 9월 03일, 오후 07:2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일본 장기금리가 30년 만에 연 3%를 넘어서면서 일본 기업들이 치솟은 차입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고, 해외 차입을 확대하거나 자금 조달 일정을 앞당기는 등 가능한 조치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엔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한 일본 비금융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들이 차입 비용 상승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설문은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가운데 14개 기업이 답변했다.

일본 장기금리의 상승세는 기업들의 차입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날 지난 1일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3%를 돌파했다. 이후 다소 하락(채권가격 상승)해 3일 오전 기준 2.96%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1996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AFP)
(사진=AFP)
기업들이 엔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할 때 부담하는 평균 비용은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던 10년 전과 비교해 10배나 높아졌다. 많은 기업이 과거 저금리에 조달했던 부채를 더 높은 비용으로 차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사 대상 30개 기업이 오는 2028년 8월까지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총 6조 7400억엔(약 58조원)에 달한다.

도요타자동차와 도호쿠전력은 향후 2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엔화 표시 회사채를 차환할 경우 연간 이자 비용이 현재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기업마다 동원 가능한 모든 방안을 대응책으로 검토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동통신사 KDDI는 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자산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고쿠전력 역시 금리가 오르면 자산과 전략적 지분 매각을 앞당길 수 있다고 답했다.

투자를 줄이고 있는 움직임도 이미 포착됐다.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이 이미 자본투자를 위축시키기 시작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2년간 자본비용이 크게 오른 금속제품, 전력·가스 등 업종에서 설비투자 증가세가 더욱 억제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기업들은 해외 채권 발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력업체 JERA는 외화 조달과 금리스와프를 활용하고 투자자 기반을 확대해 안정적인 자금 조달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올해 들어 달러화와 유로화 표시 채권을 1100억달러 이상 발행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단일 국가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을 엔화로 스와프할 경우 일본에서 직접 엔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금리가 더 오를 것에 대비해 조달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된다. 도쿄전력파워그리드는 금리 상승에 대응해 자금 조달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견조하지만, 금리 상승이 투자와 재무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일본은행(BOJ)이 오는 18일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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