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땅 밟은 미군,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세계적 홍등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9월 04일, 오전 11:2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전에서 9개월 넘게 바다 위에 머물렀던 미 해군 항공모함 승조원들이 태국 파타야로 몰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전투와 봉쇄로 지친 병사들이 처음 밟은 땅이 세계적인 홍등가로 잘 알려진 도시여서다.

미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함이 태국 램차방항에 입항한 지난 2일 파타야의 한 전광판에 승조원 환영 문구가 떠 있다. (사진=AFP)
미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함이 태국 램차방항에 입항한 지난 2일 파타야의 한 전광판에 승조원 환영 문구가 떠 있다. (사진=AFP)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함이 전날 태국 램차방항에 입항했다. 지난해 11월 모항인 샌디에이고를 떠난 뒤 286일 만의 첫 정식 기항이다. 기항은 오는 6일까지로 승조원 5000여명은 순차적으로 배에서 내린다. 누군가는 배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배가 정박한 뒤 수백명의 수병과 해병대원들은 곧바로 버스를 타고 파타야로 이동했다. 방콕에서 남동쪽으로 150㎞ 떨어진 파타야는 원래 한적한 어촌이었으나 지금은 밤 문화와 홍등가로 이름난 곳으로, 베트남전 이후 미군의 단골 휴양지가 됐다.

파타야의 대표 유흥가인 워킹스트리트에는 성조기가 나부꼈고, 대형 화면에는 승조원 환영 문구가 떴다. 해변에 걸린 현수막에는 미군의 헌신에 감사한다는 문구가 적혔다. 한 양복점은 미 해군을 위해 24시간 안에 맞춤 정장을 만들어준다는 광고를 내걸기도 했다.

태국 당국은 미국 측과 협의해 승조원들의 패러세일링과 제트스키를 금지하고, 대마초 판매점과 일부 유흥가 출입도 막았다.

미군이 파타야에 들른 건 일종의 휴가로, 집으로 가는 길에 들른 것이 아니다. 링컨함은 지난달 중동을 떠나면서 조지워싱턴함에 임무를 넘겼지만, 모항으로 복귀하는 대신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관할하는 제7함대 구역으로 배속을 옮겼다.

태국은 1833년 수호통상조약 이래 미국과 관계를 이어온 동남아 본토의 유일한 조약 동맹국이다. 로버트 러프런 3항모강습단장은 이번 기항이 승조원들에게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는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라고 밝혔다.

링컨함의 이번 중동 파병은 현대 들어 가장 긴 연속 작전으로, 이란전이 미군 자원을 얼마나 쥐어짜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승조원 가족들이 군 전문매체와 의회에 식량과 보급품 부족, 식수 오염, 자살 시도를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를 알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자살을 시도한 19세 수병이 징계 절차에 회부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 승조원은 온라인 게시판에 우유도 없는 가루 달걀을 먹으려 몇 시간씩 줄을 섰다고 적었다.

미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함이 3일 태국 파타야 인근 램차방항에 정박해 있다. (사진=AFP)
미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함이 3일 태국 파타야 인근 램차방항에 정박해 있다. (사진=AFP)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이러한 지적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파병이 “전혀 길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헤그세스 장관은 열악한 환경에 관한 보도가 “완전히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헝 차오 해군장관 대행도 파병 종료를 알리며 소수의 정신건강 사례를 치료했고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보급이 어려울 때 식단을 조정했을 뿐 한 끼도 거르지 않았고, 작전 위험이 클 때만 가족과의 통화를 제한했다는 설명이다.

정작 배에서 내린 승조원들의 말은 달랐다. 한 수병은 육지를 밟은 느낌을 “열에 들뜬 꿈 같다”고 표현했고, 다른 수병은 “바다가 아닌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좋다”고 했다. 그는 식량 부족을 겪지는 않았지만 긴 파병으로 사기가 떨어졌다며, 승조원들이 배 안에서 노래방 행사를 열어 기운을 북돋웠다고 전했다.

한 여성 수병은 사기 수준을 “있어도 없는 것 같은 상태”라고 묘사하며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해군을 떠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딸을 맞으러 뉴저지에서 파타야로 날아온 셰케이라 페어팩스는 “딸이 무엇을 겪었을지, 겪지 않았을지 걱정된다”며 “기쁘면서도 조금 긴장된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부탁한 향수와 수영복, 샌들을 챙겨왔다.

한편 링컨함의 장기 파병 논란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정치 쟁점으로도 떠올랐다. 미군 가족 단체인 시큐어패밀리스이니셔티브의 세라 스트라이더 대표는 가족들이 승조원들의 “감정이 소진됐다”고 전해왔다며, 해군이 정신건강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