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증시 상폐 '역대 최대'…성장전략 바꾼 日기업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9월 07일, 오전 08:52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도쿄증권거래소(TSE) 상장을 폐지하는 기업들이 3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사모펀드와 함께 자발적 상장 폐지를 추진하거나, 시장 개편에 따라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일본 내에서도 상장을 전제하지 않은 새로운 성장 방식이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다.

도쿄증권거래소. (사진=뉴시스)
도쿄증권거래소. (사진=뉴시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가 확정된 기업은 지난 4일 기준 128개사로, 지난해 연간 기록(125개사)를 이미 넘어섰다. 상장 폐지 가능성이 있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들도 29개사에 달해 상장 폐지 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상장 폐지를 선택한 기업들의 20%(28개사)는 사모펀드의 손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복잡한 주주 지분 구조를 정리하고, 구조조정 등을 포함해 속도감 있는 경영 판단을 내리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또한 경영 개선 압박을 가하는 행동주의펀드(주주활동가)의 움직임이 촉매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실제 유럽계 투자펀드 EQT가 일본 엘리베이터 제조사 푸지텍을 인수한 데 이어, 온라인 인쇄 플랫폼 라쿠스루도 미국 골드만삭스를 스폰서로 맞아 경영진 매수(MBO)를 추진한 바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경영 환경 변화를 고려해 상장 폐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EQT와 손잡고 상장 폐지했던 마메조는 2024년 6월 상장한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인공지능(AI)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증권거래소가 4년 전 실시한 시장 재편 역시 일부 기업의 퇴출을 압박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2022년 4월 기존 4개 시장 구분을 3개로 재편하며 상장에 필요한 시가총액 기준 등을 변경한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10개사가 다음달 1일자로 상장 폐지된다. 내년에도 기준 미달 기업들의 상장 폐지가 추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업에 자금을 대는 투자자들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이익을 실현한다. 때문에 성장 단계에서 상장을 서둘렀다가 이후 성장이 정체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정책 재편도 내실이 부족한 기업들의 퇴출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 컸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은 지난달 말 기준 3705개사로, 지난해 말(3782개사)보다 감소했다. 정점을 찍었던 2023년 보다는 4% 줄어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8월 신규 상장 건수도 22개사로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다.

현재 상장을 유지하려는 일부 기업은 기준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지방 증권거래소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나고야, 후쿠오카, 삿포로 거래소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지난해 47개사로 2020년(3개사) 대비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21개사가 상장했다.

과거 도쿄증권거래소는 오사카증권거래소와 유망기업 유치 경쟁을 벌였지만, 현재는 기업 체질 개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도쿄증권거래소를 자회사로 둔 일본거래소그룹(JPX)의 야마지 히로미 최고경영자(CEO)는 상장기업 수 자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등 미국 거래소의 상장 기업 수 역시 지난 30년간 절반으로 줄어들어 지난해 말 기준 양 시장을 합쳐 약 3900개사에 머물러 있다. 반면,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며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이 많아졌다. 최근엔 시가총액 1조 7700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규모로 IPO를 단행한 스페이스X 같은 기업들의 성장이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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