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연기가 대기질 개선 뒤집는다…극한 연기 30년 새 3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9월 07일, 오후 03:31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기후변화로 산불과 폭염이 더 강하고 빈번해지면서 세계 각국의 대기질 개선 노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경고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산업과 교통 부문의 오염물질 배출이 줄고 있지만 산불 연기가 새로운 주요 오염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르네오섬의 인도네시아 서칼리만탄주에서 산불이 번지는 모습 (사진=AFP)
보르네오섬의 인도네시아 서칼리만탄주에서 산불이 번지는 모습 (사진=AFP)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WMO는 이날 발표한 연례 대기질·기후 보고서에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두 문제를 따로 다루지 말고 정책적으로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극한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보건기구의 대기질 기준을 맞추기도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WMO는 많은 선진국에서 규제로 산업과 교통 부문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산불이 유해 대기오염의 주요 원천으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렌소 라브라도 WMO 과학담당관은 로이터에 “도시나 지역 자체가 아무리 깨끗하더라도 산불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대량으로 유입되면 해당 지역의 대기질도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WMO는 초미세먼지(PM2.5)와 지표면 오존의 영향을 지목했다. 두 물질은 호흡기·심혈관 질환과 연관돼 있다. 대기 중에 널리 퍼져 있지만 관측이 충분하지 않은 블랙카본과 미세플라스틱 등 오염물질과 에어로졸에 대한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올해 유럽에서는 스페인과 프랑스, 그리스 등을 중심으로 극심한 폭염과 대형 산불이 이어졌다. WMO는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극한 고온이 더 자주 발생하고 강도도 세지며 지속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산불이 대기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WMO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캐나다 북부와 러시아 일부,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의 PM2.5 농도는 산불 활동 증가로 장기 평균을 웃돌았다. 스페인 북서부도 늦여름 이례적인 산불로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산불 연기가 건강에 미치는 위험도 커지고 있다. WMO가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극한 산불 연기 발생은 1990년대 이후 3배로 늘었다.

이 연구는 극심한 산불 연기가 2010~2018년 매년 최대 약 10만명의 추가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이는 직접 집계한 사망자 수가 아니라 연구를 통한 추정치다. 다만 연 10만명 사망은 확정 통계가 아니라 연구가 추정한 ‘추가 사망 가능 규모’다. 또 2025년 PM2.5가 장기평균을 웃돈 지역도 전 세계가 아니라 캐나다 북부·러시아 일부·아프리카 중서부 등 특정 지역으로 한정해야 한다.

산불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일반 대기오염보다 독성이 강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라브라도 담당관은 산불 미세먼지에는 다양한 독성 화학물질이 섞여 있으며 이를 흡입하면 몸 전체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폐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WMO는 기후변화가 산불과 폭염을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다시 대기질을 악화시키는 만큼 기후정책과 대기오염 정책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