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기자] “중국에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싶다”라는 댓글이 3일 새벽(한국시간) T1의 2024 롤드컵 결승전 중계 댓글에 달렸다. 경기가 T1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난 후 중국 중계진이 종영 멘트로 페이커에 대한 존경을 선보인데 감탄한 것이다. “비록 적이지만 잘 싸웠다”는 상투적 칭찬의 경지를 뛰어넘어 적장인 페이커를 추앙한 이날 중국 중계진의 마지막 해설에 한국 네티즌들도 화답하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이하 롤)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롤드컵. e스포츠계의 최대 최고 최애 축제인 롤드컵은 지난 해 서울에 이어 이번 시즌 유럽 대도시를 도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렸다. 디펜딩 챔피언 한국의 T1은 이날 영국 런던 O2 아레나 에서 열린 2024 롤드컵 결승전에서 중국 빌리빌리 게이밍(BLG)을 세트 스코어 3대2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타도 한국’을 기치로 내걸고 출전한 중국 팀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결승에 오른 T1은 첫 세트 초반부터 BLG의 인베이드에 첫 킬을 내주는 등 시종일관 끌려다니다 무릎을 꿇었다. 2세트에는 T1 특유의 스노우볼 운영으로 반격에 성공했으나 BLG의 칼날이 더 날카로웠다. 순식간에 2세트 주도권을 휘어잡은 뒤 숨 돌릴 틈 없이 몰어부쳐 세트 스코어 2대1. LPL 최강자다운 BLG의 괄목상대한 실력에 한국 팬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상황.
페이커와 T1의 5번째 롤드컵 우승이자 2연속 제패 대기록 수립의 순간 고개를 떨군 중국 중계진은 상대를 깎아내리지 않고 경모하는 멘트를 남겼다.
“페이커는 우리(중국)의 적일뿐 아니라 우리의 현재 상황이다. 페이커는 우리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상대이기에 그와 이번 결승전에서 만나기를 갈망했다. 페이커는 가장 높은 산이고 가장 긴 강이지만 산과 강에는 결국 끝이 있기에. 하지만 오늘 결승전에서 20대 후반의 페이커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바다의 끝에 이르러 하늘이 벽이 되고 산의 꼭대기에 올라 봉우리가 되는 그가 바로 페이커이리니…(하략). LPL 최초이자 최후의 적으로 중국이 10년 넘게 저항한 건 LCK 천마 이상혁이었다.”
페이커가 이날 우승으로 소속팀 T1과 함께 롤드컵에 각인한 기록은 독보적이다. 그중 하나가 롤드컵에서 중국 상대로 10전 10승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 ‘공한증’에 사로잡힌 중국은 상대를 낮추기보다 자신들의 높은 벽을 극찬함으로써 새로운 도전에 대의명분을 삼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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