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종로, 고용준 기자] 2021년 가을, '쇼메이커' 허수는 2021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20년대에 디플러스 기아의 전신인 담원이라는 이름으로 왕조의 시작을 알리기 직전 까지 갔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롤드컵 2연패에 실패했지만 디플러스 기아로 리브랜딩 됐던 2022시즌 여전히 국내 최강이라는데는 이견의 없었다. 팀 창단 초기부터 함께했던 '캐니언' 김건부의 잔류로 팀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쵸비' 정지훈의 합류한 젠지는 무서울 정도로 치고 올라왔고, T1은 '페이커' 이상혁이 변함없이 건재한 가운데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구마유시' 이민형 등 자체 발굴한 유망주들이 라인업을 꿰차며 DK의 라이벌이 아닌 천적으로 위치를 바꿨다.
한 번 뒤바뀐 관계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승리 직전까지 몰아붙인적도 있지만, 패배로 끝나는 결과는 언제나 비슷한 과정의 반복이었다. 좋은 지도자들과 '덕담' 서대길, '데프트' 김혁규, '에이밍' 김하람 등 정상권의 선수들이 같이 했지만, 젠지와 T1은 태산같이 버티면서 DK의 앞길을 계속 가로막았다.
벽을 넘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젠지에게는 정규 시즌과 컵 대회를 포함해 21번이나 가로막혔고, '페이커' 이상혁 대신 '포비'가 뛰었던 2023 정규 시즌을 제외하고 5년간 이기지 못했던 T1을 처음으로 잡아낸 그 긴시간은 '쇼메이커' 허수에게는 인고의 세월이었다.
DK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6 LCK 정규 시즌 1라운드 T1과 경기에서 ‘시우’ 전시우와 ‘쇼메이커’ 허수가 막판 집중력의 정수를 보여주면서 2-1로 승리했다. 특히 3세트는 사실상 10분 이전의 경기가 터진 최악의 상황에서 뒤집기 쇼를 성공하면서 ‘페이커’ 이상혁이 있는 T1을 상대로 5년 만에 승전고를 울렸다.
젠지와 1라운드 경기를 이겼지만, 지난 15일 KT전을 패해 자칫 조바심이 나올 것 같은 상황에서 '쇼메이커' 허수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상대가 1-1로 따라붙고 3세트 초반 기울어진 상황에서도 독기와 승부욕을 앞세워 넘지 못할 장벽을 치워버렸다.
"T1전을 2-1로 기쁘고 사실 3세트가 초반에 터진 경기인데 팀원들이 이겨내고 역전한 과정이 너무 행복하다. 더 뜻깊은 승리인 것 같다. 사실 '케리아' 선수의 파이크에 너무 휘둘리기는 했다. 그래도 '파이크'가 소위 하는 '뻥골드'가 있는데, 팀원들과 중간에 몇 번만 풀면 한타 단계에서는 안 꿇린다라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살길을 찾았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전력상으로 현 시점의 DK 보다 우위에 있던 시절이 있었지만, '쇼메이커' 허수는 또 다른 전성기를 꿈꾸고 있었다. 팀의 맏형으로 이제는 궂은일도 가리지 않는 그를 보면서 독기로 복수를 노렸던 시절이 아닌 성숙해진 선배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어린 동생들이 너무 열심히 하고 있다. 인게임 퍼포먼스도 좋아서 나 역시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 개개인의 폼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팀합도 올라가고 있다. 아직 우리는 누가봐도 강팀인 젠지 T1 한화생명에 비해 체급이나 밴픽에서 부족해 보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1, 2, 3픽에서 챔프를 먼저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동생들이 가져올 수 있는 챔프를 가져오고 내가 4, 5 내려간 뒤 챔프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진 것 도 사실이다. 그래도 요즘 미드 메타가 아니라 팀적인 시너지를 더 낼 수 있는 밴픽 구도도 자연스럽게 됐다."
돌아본 지난 5년에 대해 허수는 "상황에 따라 이길 수 있던 경기도 있지만, 돌아보면 패배는 패배였다. 5년이라는 세월이 중학생은 고등학생을 지나 대학생이 되고, 청소년들은 성인이 된 시점이다. 상대를 계속 의식하다 보니 더 경기가 안 풀렸던 것도 사실이다. 감정 소모로 힘들어하기 보다 최대한 편하게, '내 역할만 잘하자' '우리 플레이를 잘하면 자연스럽게 승리는 따라온다'라고 계속 마인드셋을 하면서 경기에 임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쇼메이커' 허수는 "팀적이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너무 뜻깊은 승리들이다. 여기에 역전승으로 중요한 경험을 쌓아 좋다. 사람이다 보니 경기가 길어질 수록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자신감은 무척 중요하다. 멘탈적으로 '이길 수 있다'는 감정이 생긴 만큼 엎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년간 넘지 못했던 벽을 드디어 넘은 '쇼메이커' 허수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된다. 그와 DK가 다시 한 번 정상에 오른다면 모두가 느끼는 반가움의 크기 역시 달라질 것이다. / scrapp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