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은 이날 오후 2시50분께 국회 정무위 국감이 열리고 있는 국회 본청 6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나타난 임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 중 처음으로 증인 출석을 했는데 입장을 말씀해 달라'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15분쯤 지난 오후 3시7분께 국감장으로 들어가 착석했다. 언론들은 임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했다.
곧이어 시작된 증인 신문에 여야 의원들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미흡 등 각종 문제점을 지적했고 "사퇴할 것이냐" 등 임 회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임 회장은 의원들의 질타에 일단 몸을 낮췄다. 그는 "전임 회장 부당대출과 또 다른 사건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정무위원들께도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등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자신의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해 "우리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가 잘못해서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임에도 불구하고 민의의 전당에 나온 임 회장은 여야 의원들의 질의 때 시선을 마주칠 수 있도록 증언대를 옮겨가며 답변을 하기도 했다.
몸을 낮추긴 했지만, 자신이 준비했던 발언과 메시지는 잊지 않았다. 금융위원장 등 정통 관료 출신으로 여러 차례 국감장에 섰던 경륜이 고스란히 묻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현 경영진의 책임론과 관련해선 "결코 전임 회장을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축소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할 이유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 검찰 수사, 금감원 검사가 지속되고 있으니 앞으로도 정확한 사건의 실체와 책임감을 규명하기 위해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했다.
임 회장은 또 여야 의원들이 가장 듣길 원했던 향후 대책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사전합의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며 자회사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더 이상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자회사 대표가 임원을 선임할 때 지주 회장과 미리 협의하도록 해왔는데, 이같은 절차를 없애 회장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제왕적 금융지주 회장'의 권한을 먼저 내려놓겠다는 임 회장의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는 "(사전 합의제는) 이번 사건의 원인이기도 했다"면서 "회장 권한과 기능을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또 "그룹사 전 임원의 동의를 받아 친인척 신용정보를 등록시키겠다" 등 내부통제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기업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전 직원이 갖고 있다"면서 "이런 의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 문화 등 전 분야를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신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취지의 질문에도 "인사 개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경영진의 각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저는 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임 회장의 답변에 의원들은 우리금융의 쇄신을 당부하며 임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임 회장이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 있으니 의원들이 지적한 사항을 잘 반영해서 혁신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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