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핵무장에 선을 그은 채 3축 체계와 미국의 확장억제를 통해 북핵에 대응하겠다는 국방부의 정책 기조와는 결이 다른 목소리가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에서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서영보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11일 '북한의 핵 위협 대응을 위한 현실적 방안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3축 체계를 구성하는 각 능력이 태생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발사 이전에 차단하는 킬체인(Kill Chain) 능력 △발사된 미사일을 낙탄 이전 공중에서 요격해 위협을 제거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 능력 △핵을 발사한 북한에 상응하는 대규모의 치명적인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전력을 현시함으로써 북핵을 억제하는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으로 구성된다.
서 연구위원은 △북한은 험지가 많아 미사일 발사대 위치를 탐지하는 게 어렵고 △갱도, 저수지, 열차, 잠수함 등 미사일 발사 장소와 플랫폼을 다양화하고 있으며 △촘촘한 북한의 대공방어망 속에서 작전을 수행하기엔 우리 군의 스텔스 전투기 수가 적다는 이유로 킬체인이 제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핵미사일과 재래식 미사일의 섞어쏘기 △선(先) 구형 미사일 발사로 아군의 대공미사일 소진 △대규모 구형 방사포 물량 공세 등은 KAMD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 연구위원은 KMPR에 대해서도 "원하는 표적을 정확히 조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무-5 등 고위력 미사일이나 참수작전 실행부대가 북한 지도부에게 가할 심리적 압박감이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도부에 대한 핀포인트 공격은 애초에 전시 북한 지도부 인원의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실효성을 따져보게 한다"라며 "북한 지도부가 핵 사용을 결심했다면 당연히 그들의 소재는 최상위 기밀이 될 것이고 계속해서 옮겨 다닐 것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북핵 차단·요격 능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방공호 기반의 비공개 군사지휘시설의 규모와 개소를 늘려나가고, 원거리 정밀타격 전력의 운용 플랫폼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북한이 핵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장억제에 관해 일각에서 우려하는 불투명성이 현실화된다면 미국의 핵우산이 대한민국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현실적인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핵 피해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상황에서는 핵무장 요구가 국민 여론이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현재 핵무기를 보유하기 어렵다면, △핵무장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행정소요 및 시설 부지 선정 등 사전 처리 △핵탄두 생산 전문인력 식별·관리 △유사시 핵폐기물 재처리를 위해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 지속 관리 등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위한 준비를 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연구위원은 "핵무기 생산이 아닌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도 분명 미국 입장에서는 도발적으로 비칠 수 있다"라며 "심지어 우리나라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할 수도 있다. 그로 인해 핵무장을 위한 준비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부정적인 결과만을 초래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라고 관측했다.
다만 "미국이 우려를 표하거나 경제 제재 등의 실질적 행동을 취하려는 상황은 오히려 다양한 협상의 여지를 담고 있다"라며 "핵무기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절차를 중단하는 대신 핵협의그룹(NCG)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핵 공유를 요청할 수도 있다. 또는 한미 방위비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핵무장 사전준비로 인한 일시적인 혼란과 대치가 자체 핵무장에 상응하거나 준하는 수준의 이익을 가져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KIDA는 이 보고서 내용은 서 연구위원의 개인적 의견으로 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