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윤 대통령의 탈당으로는 현 정국 수습에 역부족이어서 추가 대응책을 고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동훈 대표는 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을 비롯해 위헌적 계엄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나라에 피해를 준 관련자들은 엄정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 이번 사태는 자유민주주의, 우리 당의 정신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원내대표, 당내 중진들과 함께 한시간 넘게 회동을 가졌다. 한 대표는 회동에서 계엄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본인의 인식 차이가 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정했다. 한 대표도 윤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탄핵에는 반대한다며 물러섰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위법으로 규정한 한 대표가 탄핵을 반대한 것은 윤 대통령 탄핵 시 보수가 입을 타격과 후폭풍을 고려한 정치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한 대표에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지난 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보수층 응답자는 50.4%, 반대하는 보수층 응답자는 48.0%로 나타났다.중도에서 71.8%, 진보층에서 94.6%가 탄핵을 찬성한 것을 감안하면 보수층 여론이 아직까지 윤 대통령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은 셈이다.
이는 보수층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보수 세력이 궤멸적 타격을 받았던 전례를 반면교사로 '보수 정권 두 번째 탄핵'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현실이다. 보수층의 이같은 불안감 탓에 한 대표가 적극적 행동에 나섰을 경우 외려 '배신자' 프레임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보수 궤멸을 막으며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한 대표로선 탄핵을 저지하면서도 민심에 부합하는 후속 조치 묘수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윤 대통령 탈당 요구가 실효적이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현 사태 수습을 위해선 보다 전향적 대안들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탈당하면 우리는 (사실상) 제2야당이 되는 것이다. 집권여당 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라며 "이를 감수하면서 탈당을 강조할 이유가 빈약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무도 윤 대통령의 계엄을 제어할 수 없었다면, 책임총리제와 같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라며 "(탈당은) 여당에서도 야당에서도 받을 수 없는 대안이고, 우리 당에 실익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p), 응답률은 4.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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