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동문인 충암고와 서울법대 출신이자 판사을 지낸 이상민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시기가 적절한가, 국민이 (비상계엄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등의 우려를 표했다"며 "이번 사안을 내란죄라고 표현하는 부분은 신중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행안위는 이날 오전부터 이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게 계엄 사태와 관한 업무 보고를 받고 질의 중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내란죄 표현 신중 기해달라"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회의 개의 약 1시간 만에 거세게 충돌한 뒤 전원 퇴장했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이 이상민 장관, 조지호 청장 등 참석자들에 대한 국회의 소지품 검사를 문제 삼은 말이 발단이 됐다.
조 의원은 "(국회) 출입구에서 행안부 장관이나 경찰청장에게 스캔하고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런 부분이 국회 사무총장 지시에 의해 이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이어 "수색 몸수색이나 소지품 검사는 현저한 범죄 행위나 위해 요소가 의심될 때 하도록 돼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중지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상민 장관과 조지호 청장을 '내란죄 가담 혐의자'로 규정한 야당 의원들은 조 의원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 출석한 행정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내란죄에 동조한 범죄 혐의자"라며 "국회사무처는 당연히 범죄 혐의자에 대해서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모이는 국회의원 통제라는 미명 하에 막아섰던 자들이 바로 경찰"이라며 "그런 경찰들에 대해 엄벌에 처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자리다. 국회사무총장이 그 정도 일을 했다고 해서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상민 장관은 이날 본격적인 질의가 시작되기 전 "이번 사안을 내란죄다, 내란의 동조자다, 내란의 피혐의자다 이렇게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을 기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항의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비상계엄 조치를) 내란죄로 규정하고 현안질의를 한다는 것을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저희는 현안질의에 참석할 의미가 없다"며 전원 퇴장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당 간사께서 어디론가 연락을 받고 나갔다 오시더니 갑자기 의사진행발언을 해 전원 퇴장을 유도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지침이 내려온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이 떠나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회의를 이어갔다.
"대통령에게 '우려' 전해…충암고끼리 논의 안 했다"
이상민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를 논의하는 총 세 번의 국무회의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우려를 표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이 윤 대통령에게)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경제와 외교 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고 말했다.
이어 "(행안부 장관으로서는) 비상계엄의 시기가 적절한가, 국민이 (비상계엄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라는 등의 우려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는 무엇보다도 국가와 국민을 위하신다"며 "진정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이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반대를 표명한 장관은 두어명 정도였다"며 "저도 (당시) 우려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개개인이 느끼는 상황 인식이 국가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느끼는 상황 인식과 다르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국방부 장관 외에 다 우려를 표명했냐"는 질의에 그는 "국방부 장관도 왜 우려가 없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회의를 가보니 장관 몇 분이 있었고, 그때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말했다"며 "그 다음에 다른 장관들이 속속 도착했고, 회의는 10시 좀 넘어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복지부 장관도 너무 놀라 (계엄 선포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며 "(그 이전에는) 대통령과 별도 독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당시 참석 인원을 묻는 말에는 "정확하게 세지는 않았지만 11명이 맞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모교 '충암고' 출신들과 모여 비상계엄을 준비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충암고끼리 모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계엄령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과거 보안사령부 역할을 하는 국군방첩부대 여인형 중장, 첩보부대 777사령부 박종선 소장,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충암고 출신이다. 이와 관련 야당은 '충암파(충암고 출신) 계엄 준비설'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 회의 도중 김용현 출국금지…尹 수사 착수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해외 도피 의혹'이 제기된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를 이날 긴급질의 도중국수본 안보수사단장에게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당사자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김 장관이 도망간다고 하는데 출국금지 조치 금방 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실무자에게 전하라"고 압박했다. 우 본부장은"지금 당장 나가서 하셔도 된다"는 양 의원 말을 듣고 오후 12시 32분쯤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자리로 돌아온 우 본부장은 "(김 전 장관에 대해) 긴급히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안보수사단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우 본부장은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반란죄 혐의 고발 사건을 안보수사단에 정식 배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 본부장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국수본에 있는 안보수사단에 직접 배당했고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윤건영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대통령의 내란죄 고발 사건을 직접 수사할 의지가 있냐"는 질문을 받고 "의지가 없으면 어떻게 배당을 하겠냐"고 답했다.
앞서 정춘생·차규근·김재원 등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 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등에 대해 형법상 내란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계엄군, 총 3시간 20분 선관위 청사 점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6분 만에 경기 과천 중앙선거위원회 청사에 계엄군이 투입돼 3시간 20분간 점거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12월 3일 오후 10시 24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며 10시시 30분 계엄군 10여 명이 중앙선관위 청사 내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4일) 오전 1시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고 1시 42분부터 58분 계엄군이 철수했다"며 "4시 30분 계엄 해제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으며 7시 경찰이 철수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에 계엄군이 배치된 이유를 묻는 야당 의원 말에 "저도 그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며 "계엄령이 선포된다고 해서 선거관리 업무가 이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계엄군이 왜 저희 선관위에 진입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정확하게 몰라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반출물품은 없느냐"고 묻는 말에는 "없다. 다행히도 점거 시간이 짧았다"고 말했다.
선관위 공식 입장을 발표할 의사를 묻는 말에는 "저희는 위원회 구조로 돼 있다"며 "위원회를 소집해서 내일 중으로 정하겠다"며 "의원님이 지적하는 상황을 공감하고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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