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5일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지난 4일 새벽 비상계엄을 해제한 후 윤 대통령은 연이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비상계엄으로 인한 혼란에 사과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탄핵소추안 표결까지 담화 등을 삼가겠다는 게 대통령실 분위기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불필요한 메시지가 나가는 것을 피하면서 정국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오는 7일 저녁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가 나온 후에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재적의원 300명 중 200명이 찬성 표를 던져야 탄핵소추안을 가결되는데, 108석을 가진 여당(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이 이탈표를 던지지 않는다면 부결 가능성이 크다.
탄핵을 모면한다고 해도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백척간두에 설 공산이 크다. 당장 여론 역풍부터 걱정해야 한다. 미디어토마토가 4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비상계엄에 대해 응답자 75.2%가 ‘반헌법적’이라고 평가했다. ‘합법적’이라고 한 응답자는 20.0%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여론대로면 비상계엄 선포 전에도 20% 안팎에 불과했던 윤 대통령 지지율은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 더욱 떨어질 수 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하는대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한다면 윤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은 더욱 취약해진다.
◇루비콘강 건넌 尹-野 관계
국정 리더십 공백 우려도 크다. 이미 국무위원들과 실장·수석비서관급 대통령실 고위직은 이미 일제히 사의를 밝힌 상태다. 여당도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를 직접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국무위원·대통령실 사표는 아직 수리되진 않았지만, 자리를 한동안 지킨다고 해도 영을 제대로 세우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인적 쇄신이 미진하거나 지체되면 국민 신뢰 회복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정부는 계엄 전에도 내각·대통령실 개편을 준비하며 인재풀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했던 걸로 알려졌다.
이미 윤 대통령이 야당 우위 국회를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된 야당과의 관계도 문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7일 표결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된다고 해도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 이후 다시 임시국회를 열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한 10일에는 윤 대통령 등의 내란죄 수사를 위한 상설특검 요구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다만 상설특검의 경우 최종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어 임명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과 야당의 극한 대립 속에 새해 예산도 표류할 수 있다. 계엄 사태 전에도 새해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은 여야 대립으로 법정 시한(12월 2일)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있었다. 야당은 10일 단독으로 감액한 예산안이라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거대한 정치적 이벤트 속에 이 계획마저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겨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전년에 준해 편성하는 임시예산)이 편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원 교수는 “이대로면 탄핵이 부결돼도 윤 대통령은 통치 능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채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야당은 제2, 제3의 탄핵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