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비준서를 전날 모스크바에서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서는 김정규 외무성 부상이, 러시아 측에서는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이 각각 비준서 교환의정서에 서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조약을 체결한 지 약 반년 만에 조약 발효까지 모든 절차를 완료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4조를 보면 북·러 중 어느 한 나라가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자체 없이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양국관계가 사실상 군사동맹을 복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약을 근거로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공식화할 가능성도 대두하고 있다. 이미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지난달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질문을 받자 ‘북한은 북러조약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유지한다’고 대답한 바 있다. 이미 파병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까지 복원했다는 것이 명시화된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싸고 한반도의 외교가 실질적으로 ‘마비’ 상태에 처했다는 점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2024 세계신안보포럼에 참석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독일·스페인 방문길에 올랐던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한국·스페인 전략 대화를 연기하고 전날 조기 귀국했으며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보류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6일 예정됐던 언론 인터뷰를 취소하는 등 대외일정을 최소화 중이다.
대북 외교의 근간인 한미 관계도 흔들리고 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이 심각하게 오판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미국이 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한국과의 동맹이 수십년 만에 가장 큰 시험에 직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당장 4일부터 이틀간 워싱턴DC에서 예정됐던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1차 NCG 도상연습(TTX)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북한과 직접 대화까지 시도할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 밀착한 것에는 북미 대화가 재개될 때 러시아의 편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며 “자칫 북미 대화에서 러시아가 중재자 역할을 하고 한국이 배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동맹관계를 복원하는 내용을 담은 새 조약을 4일 공식발효했다고 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인식을 앞두고 대화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