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쓰고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국회에 책임 떠넘긴 한 대행

정치

뉴스1,

2024년 12월 26일, 오후 05:57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와 주요 미국계 외국인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24.12.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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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6일 야당의 탄핵 압박 속에서도 "여야 합의가 먼저"라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라는 민주당의 최후통첩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정치적 책임 회피라는 비판과 함께 보수층 결집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헌법에 담긴 정신"이라며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야의 정치적 합의 없는 결단이 헌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정부 역시 '정치로 풀 사안은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헌법재판관을임명하더라도 임명정지 가처분 신청, 권한쟁의 심판, 위헌 소송 등으로 사법부 마비가 예상된다"며 정치적 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합의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미 여야가 합의해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상황에서 무엇이합의가 안 이뤘졌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절차는 국회 동의 후 대통령이 요식적으로 처리하는 절차인데, 이를 보류한 것은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려는 행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곡법 등 쟁점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시사하면서도 헌법재판관 임명은 보류한 것은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6명의 불완전한 체제로 대통령 탄핵 여부를 심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은 거부하더라도 헌법재판관은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여기에 법조계도 헌법재판관 임명의 필요성을 강조했기에, 한 권한대행이 이를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대법원과 헌재는 "탄핵 소추안 의결 이후 (국회) 임명동의 절차도 거쳤다면, 삼권분립 등 헌법 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명확히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권한대행이 임명을 보류한 것은 야당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보수층 시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강성 보수층은 최대한으로 결집한 상황이다.

여야가 헌법재판관 문제를 두고 난타전을 벌이는 가운데, 한 권한대행의 임명 보류로 탄핵 절차가 무기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와중에 한 권한대행은 보수층의 책임론에 더 신경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의 이번 결정은 그가 받는 혐의와도 연결된다. 한 권한대행은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14일)되기 이전에 비공개로 경찰 대면 조사를 받았다.

내란 동조 혐의로 추가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보수층 결집을 통해 정치적 보호막을 구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즉각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한 권한대행의 대국민담화 직후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본회의에 보고했으며, 27일 곧바로 표결할 예정이다.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