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 기간은 총 111일로 역대 대통령 사건 중 최장 기록이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 소추가 의결된 지 63일 만에 기각 결정을 받고 직무에 복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소추 91일 만에 탄핵 결정을 받고 파면됐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 계엄포고령 위헌성, 국회의원 체포 지시, 국회·선관위 장악 시도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절차·실체적 위반 여부를 따지고 탄탄한 법적 논리를 세우기 위해 장고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기각·각하하면 윤 대통령은 즉각 직무에 복귀한다. 그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업무를 인계받고, 대통령실과 각 부처로부터 주요 현안을 보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향해서도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남은 임기 국정 방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인용 결정을 할 경우 윤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직을 상실,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면 최소한의 경호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을 수도 없다.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도 수일 내에 퇴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승복 여부도 정국 향방을 가를 변수다. 윤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국민 통합을 촉구한다면 정국은 조기 대선을 향해 연착륙할 수 있다. 하지만 헌재 결정에 반발하는 메시지를 낼 경우 정국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여당 지지층이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강하게 결집된 상황에서 여당 경선과 본선에까지 불씨가 될 수 있다.
대통령실도 헌재 결정에 따라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만약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리면 대통령실은 한 권한대행을 보좌하며 대선 국면까지 국정 안정에 주력해야 하지만 주요 참모진들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력이나 비서실 산하 부서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탄핵안이 인용되면 정부 부처 파견 인력은 당장 인력 수급 문제로 대통령실에 남을 수밖에 없지만 상당수 국회 파견 인력은 다시 당으로 돌아가 대선을 준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부로 서울에 비상근무 중 2번째로 높은 단계인 ‘을호비상’을 발령했다. 서울 도심에는 기동대 110개 부대 약 7000명을 투입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탄핵 선고 이후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 공백에 따라 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이나 주요 국정 과제를 재추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정 운영 주도권이 완전히 야당으로 넘어가면서 윤 대통령이 2년6개월 동안 추진했던 개혁 과제는 결국 폐기 수순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현 정부가 전면에 내세웠던 4+1 개혁(노동·연금·교육·의료개혁·저출생 대응 극복)에서 여야 합의를 거친 연금개혁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원점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윤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정부는 2026년 의대 모집 정원을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증원 이전(3058명)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국정브리핑을 했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대왕고래 프로젝트)도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 이 사업은 정부가 탐사시추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으나 2025년도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총 예산 505억원 중 497억원이 감액된 바 있다. 이외에도 대통령실이 정부와 협의를 통해 올해 발표할 예정이었던 양극화 해소 대책, 반도체·조선업 지원책,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 실손보험 제도 개선안 등도 추진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분야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안이었던 세제 지원 방안(배당소득 분리과세·주주환원 촉진 세제), 상속·증여세율 인하도 결국 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국면 전환을 위해 임기단축 개헌 논의를 화두로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치(內治)를 국무총리에 위임하는 문제, 선거제 개편, 대미 통상 전쟁 등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마저도 야당의 반대로 추진 동력을 갖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 남은 기간 현 정부의 국정 동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헌재 결정을 수용한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대타협과 통합 선언, 정치·제도 개혁에 나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선고 관련 집회 시위로 인해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서 종로 방향으로 향하는 차량들이 정체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