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여당 지도부는 ‘헌재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강성 계파인 친윤(친윤석열)은 정반대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필두로 한 친명(친이재명) 진영은 탄핵 불복 표현을 주도하고 있다. 여야 모두 각각의 유리한 판결만을 요구하며 헌재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 = 이데일리)
국민의힘은 지도부 차원에서 수차례 “헌재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3일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수용하겠다고 했다”며 “반면 민주당은 ‘불의한 선고에 불복하겠다’며 사실상 대중 봉기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의 행보는 온도 차가 크다. 4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전날 윤 대통령 지지자 178만 명의 서명을 담은 탄핵 반대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하며 ‘각하’ 여론전을 주도했다. 선고 방청권을 추첨으로 확보한 뒤에는 “기각이나 각하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발언했다.
나경원 의원도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가 사실상 ‘내란 선동’에 가까운 야당의 떼법 탄핵을 인용한다면, 앞으로 어떤 정부든 다수 야당의 정치적 공세에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다”며 “좌편향 극단주의로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을 필두로 국민의힘 의원 약 60명은 선고 당일인 4일 아침 일찍부터 집결해 기각·각하를 촉구할 예정이다. 친윤계는 공개적으로 헌재에 각하 결정을 주문하면서도, ‘인용 시 승복 여부’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있다. 지도부의 수용 입장과는 확연한 간극이다.
◇ “尹 복귀는 유혈사태” 이재명…헌재 직접 압박 나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에서 직접 헌재를 향해 압박을 하고 있다. 당내 승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의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친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는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며 사실상 ‘불복’을 암시하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승복론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승복은 당사자이자 가해자인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라며 “헌재에 기각을 요구하면서 야당에는 승복을 강요하는 것은 내란 옹호의 진흙탕 정치를 벌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당에서 헌재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주류다.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 인사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난 3월 26일 MBN 유튜브 ‘나는 정치인이다’에서 친명계를 겨냥해 “지금 자칫하면 승복하지 않을 태세로 보이고 있다”며 사법부 영역을 압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물론 이 대표가 승복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13일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보수 논객 정규재 씨와의 대담에서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며 “민주공화국의 헌법 질서에 따른 결정을 거부하면 어쩌겠느냐”고 한 바 있다. 다만, 해당 발언 이후에는 별도의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직접 헌재를 향한 압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과는 차이를 보인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친윤계의 헌재 압박은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당권을 노리는 정치인일수록 중도보다는 당원, 즉 핵심 지지층을 더 의식하게 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탄핵 국면에서 여야 모두 강경한 언어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지도부 차원의 명확한 승복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과거의 승복 발언이 여전히 유효한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고 이후 여야가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승복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공당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뜻”이라며 “최소한 내일 아침에는 지도부 차원의 승복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