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힘 지도부, 10일 새벽 기습 金 후보자격 박탈
9일 오후 6시께,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권성수)는 김 후보 측이 대선 후보를 교체를 시도한 국민의힘 지도부에 맞서기 위해 제기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금지·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기각 결정을 통해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 후보 교체 안건을 전국위(또는 전당대회)에서 의결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후보가 경선과정에서 수차례 한 후보와 단일화를 약속한 점 그리고 당원 설문조사에서 단일화 찬성률이 80%를 넘어선 점 등을 꼽았다. 결국 한 후보가 적법한 단일화 조사에서 김 후보에 승리한다면 이후 법적인 장애물은 없어진 셈이었다.
두 후보는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단일화 실무자 협상을 처음으로 진행했으나 투표대상에 따른 이견으로 30분도 넘기지 못하고 결렬됐다. 단일화 투표를 100% 국민투표로 해야 한다는 김문수 후보와 역선택방지조항(국민의힘 및 무당층 지지자 대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한덕수 후보가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했다.
10일 오전 0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긴급 비대위 및 선거관리위원회를 열어 김문수 후보의 후보자격을 박탈하고 새로운 대선후보 등록절차를 진행한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당헌 74조의2(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비대위 의결 등으로 대선 후보 선출에 관한 사항을 결정) 등을 근거로 한 결정이다. 직전에 열렸던 의원총회에서 “대선후보 재선출 결정 권한 비대위에 위임하자”고 의결한 것도 지도부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후 과정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0일 김문수 후보 선출 취소 공지에 이어 오전 2시30분께에는 이양수 사무총장 명의로 신규 대선 후보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대선 후보 등록 신청기간은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딱 한 시간이며, 접수는 국회 본관에서만 받는다고 공지했다. 대선 후보 등록을 위해 무려 32개의 제출서류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미리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접수 자체가 불가능한 시간이다.
하지만 한 후보는 오전 3시20분 입당과 함께 관련 서류를 제출해 유일하게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비대위를 열고 오전 4시40분 한 후보를 새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하는 안건까지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대선 후보를 한덕수 전 총리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전 당원 찬반투표(ARS)를 진행 후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칠 예정이었다.
지도부의 후보 교체 소식을 접한 김 후보 측은 거세게 저항했다. 김 후보는 새벽 후보자 교체 사태를 ‘야밤의 정치 쿠데타’로 규정하며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 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 측은 이날 오후 1시 국민의힘을 상대로 ‘후보 선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컸다.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안철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벽 기습 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통령 후보 강제 교체, 그 과정에서 우리당의 민주, 공정, 정의는 모두 사라졌다”고 날을 세우며 지도부 퇴진을 요구했다. 경선에 참여했던 나경원 의원 역시 “참담하다. 이렇게 세운 후보가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맨하탄21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 변경을 위한 당원 투표 부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김문수 손 들어준 당원…비상식적 후보교체 납득 못한 듯
지도부의 기습작전 같은 후보 교체를 막은 것은 당원이다. 앞서 단일화에 80% 넘게 찬성한다고 응답했던 당원들은 이날 진행된 한 후보 교체에 대한 찬반 조사에는 반대에 힘을 실었다. 지도부의 비상식적인 후보 교체 시도에 동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후 11시23분께 비대위 회의를 마친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당원투표 부결로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이 회복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정확한 표결 결과를 밝히지 않은 채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고만 설명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원 투표 결과가 나오자 김 후보는 “이제 모든 것은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즉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빅텐트를 세워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의 질서를 새롭게 한다’는 당풍쇄신(黨風刷新)을 언급하며 자신을 막아서 지도부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출마가 좌절된 한 후보는 “국민과 당원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