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대북전단과의 '전쟁'…입법·행정 총동원, 살포 행위 금지

정치

이데일리,

2025년 6월 15일, 오후 06:5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이재명 정부가 사실상 대북 전단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북한의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에 따른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 재개 등으로 남북관계가 극단적 경색국면으로 전환된 시작점에 시민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 지사 때부터 줄곧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대선 과정에서도 “대북 전단과 오물풍선, 대북·대남 방송을 상호 중단해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통일부는 지난 9일 일부 시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전단 살포 중단을 강하게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직접 관계 부처에 항공안전법, 재난안전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여부를 검토해 처벌을 포함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13일 접경지역 간담회에서도 “통일부가 대북전단 불법 살포 자제를 요청했는데, 이를 어기고 계속된다면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14일에는 전 관련 부처에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예방과 사후 처벌 대책을 거듭 지시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 등 관계부처는 16일 회의를 열고 종합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행정 조치에 더해 입법 보완 관련 사안 등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경기도 연천군 25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해 망원경으로 북측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통령 지시처럼 대북전단 풍선의 외부에 2㎏ 이상 물건이 매달려 있으면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량이 그 미만이면 소용이 없다. 2㎏ 이하 물품만 적재해 수십~수백개의 풍선을 띄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재난안전법 역시 지방자치단체장의 ‘위험구역’ 설정 권한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규제할 수 있지만, 풍향과 풍속을 고려해 지정구역 밖에서 띄울 경우 무용지물이다.

풍선에 수소를 채워 전단을 날려 보내는 과정에서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위반 혐의 소지도 있지만 대북전단 살포 행위 자체를 규제하는게 아니라서 입법 목소리가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2년에는 전단 살포를 직접 제재하는 남북관계발전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야당 등으로부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하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의 위헌 소송에 따른 2023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법 효력이 상실됐다. 사실상 전단 살포를 제재할 방법이 없는 무방비 상태에 노출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 헌재가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를 문제 삼은 것이지 대북 전단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었다. 대북 전단 살포 미수범도 처벌하고, 징역형까지 두고 있는 것은 국가 형벌권의 과도한 행사라는 게 판결 요지였다. 그러면서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적용해 경찰이 대북 전단 살포를 제지하거나, 입법 보완을 통한 사전 신고 제도 등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는 보완 입법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는 사이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대북 전단 살포를 제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아예 전단 살포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던 해석 지침을 폐지해 버렸다.

군 역시 사전에 승인받지 않은 풍선·드론 등 ‘초경량비행체’의 휴전선 일대 비행은 항공안전법에 따라 이를 인지했을 때 관계 당국에 공유해야 하지만, 2024년 공유 건수는 ‘0건’이었다. 사실상 정부는 전단 살포에 손놓고 있었고, 휴전선 일대 불법비행 통제 체계는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한편, 경찰은 14일 오전 강화와 김포 일대에서 3개의 대북 풍선이 발견된 것과 관련,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여타 관련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들여다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