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고령 운전자의 '위험한 질주'...예방책은 여전히 지지부진

정치

MHN스포츠,

2025년 6월 30일, 오후 07:05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파손된 차량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파손된 차량 

(MHN 김예슬 인턴기자) 고령 운전자 사고가 해마다 급증해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제자리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비율이 21.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29일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천72건에서 지난해 4만2천369건으로 3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사고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고령층 사고 비중은 14.8%에서 21.6%로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7월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는 9명의 사망자를 낳으며 고령 운전자 사고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사고 1주기를 앞두고 있음에도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고령 운전자 사고 주요 원인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화로 인한 시야각 감소와 반응속도 저하가 꼽힌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어린이가 튀어나올 경우 고령 운전자의 제동 반응속도는 2.28초로, 비고령자의 1.20초보다 두 배 가까이 느렸다. 시야각 또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또한 페달 오조작 사고에서도 고령 운전자의 비율이 높았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9년부터 올해까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오조작 사고 중 25.7%가 6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해 발생했다. 지난해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사고, 강북구 패스트푸드점 돌진 사고 등도 모두 이와 같은 사례였다.


고령화 진입 따라 위험 더욱 커져...다양한 대책 서둘러 시행해야


사고 이후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과 면허 자진 반납 권장 등의 제도적 보완책이 논의됐으나 실제 적용은 미진하다. 야간 또는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제는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자진 반납은 보상 혜택이 적어 참여율이 낮다. 서울의 경우 반납 지원금은 연 20만~50만 원 수준으로, 실제 반납률은 3%대에 그치고 있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의 보급도 더디다. 이 장치는 차량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장애물을 감지하고 운전자의 실수로 인한 급가속을 막는 기능을 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경찰청은 오는 8월부터 고령 운전자 8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지원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청역 사고 발생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이다.

반면 일본은 보다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75세 이상 운전자의 사망사고 중 27.6%가 페달 오조작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2028년 9월 이후 출시되는 승용차에는 관련 방지 장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 내 생산 차량의 90% 이상에 이 장치가 탑재돼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 중 65세 이상 비율은 2015년 7.6%에서 지난해 14.9%로 증가했으며, 국회예산정책처는 2050년에는 31.1%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사고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조건부 면허 도입 등 다양한 대책을 복합적으로 시행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