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비상계엄 때 ‘사후’ 서명했다가 폐기” 의혹

정치

이데일리,

2025년 7월 01일, 오전 10:03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사후적으로 비상계엄 선포 문건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전날(30일) 강의구 전 대통령 부속실장을 소환해 이같은 내용을 조사했다.

한 전 총리의 계엄 선포문 서명 사실은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지난 2월 강 전 실장을 불러 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 경위를 조사하면서 관련 진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비상계엄 당시 김주현 전 민정수석은 강 전 실장에게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는데 비상계엄 관련 문서가 있나”라고 물었다고 한다.

헌법 82조에 따라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해야 한다.

강 전 실장은 관련 조문을 확인하고 한 전 총리에게 비상계엄 선포 문건에 서명해달라고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실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는 강 전 실장이 작성한 문건에 서명했지만 며칠 뒤 ‘사후 문건을 만든 게 알려지면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폐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강 전 실장의 보고를 받고 ‘사후에 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면서도 한 전 총리의 뜻대로 하라고 했고 해당 문건은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러한 진술 등을 토대로 비상계엄 계획에 실패한 윤 전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의 위법성에 대한 추궁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사후 문서 작업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도 탄핵 재판 과정에서 “보안을 요하는 국법상 행위에 대해 사전에 (결재를) 요한다면 문서 기안자인 실무자가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사후에 전자결재를 할 수 있다”, “반드시 사전에 (부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위법한 비상계엄 선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강 전 실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 회의록 초안도 작성했다. 당시 5분 만에 끝난 국무회의를 40분 이상 진행한 것처럼 초안을 작성했다가 이후 수정했다는 의혹도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다시 불러 계엄 국무회의 과정을 거듭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이날 2차 조사를 위한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아 앞으로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검은 즉시 날짜를 재지정해 다시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재지정일에도 나오지 않는다면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