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언석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5.7.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국민의힘이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전격 선회한 배경으로는 최근 '삼천피(코스피 3000)'까지 뚫어낸 '불장'이 꼽힌다. 1500만 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가 열광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원팀을 이뤘던 경제계마저 등을 돌리면서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당이 정부·여당과 각을 세울 수 있는 카드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원 구성 협상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가운데 계속해서 주도권을 내주고 있다는 우려다.
1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송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일부 기업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주 권익 침해 문제 등 시장 상황 변화를 고려해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주 전 "5000피 시대, 건강하지 않을 것"→"시장 상황 고려해 전향적 검토"
지난주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추진에 단호하게 반대해왔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명시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경영 자율성 침해는 물론이고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되기 십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 대안으로 이사회 감시 의무 등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밀었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경제단체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말하는 코스피 5000 시대는 건강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이랬던 국민의힘이 갑작스레 선회한 배경으로는 불붙고 있는 주식 시장이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어서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국민의힘과 원팀을 이뤄 상법 개정안에 반대해온 경제계 역시, 새정부 들어 미온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장했던 당이, 주가 오르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을 계속해서 반대하기는 어렵다"며 "어차피 거부권도 사용하지 못하니, 지도부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단체가 상법 개정안 일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인데, 국민의힘이 남아서 반대한다고 한들 얼마나 먹히겠나"라며 "차라리 논의에 참여해 독소조항을 막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서 "스스로 좋은 카드 버렸다"…여야 원내지도부, 상법개정안 조율 전망
국민의힘 안팎에선 지도부의 결정을 두고 "당 스스로 각을 세울 수 있는 좋은 카드를 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굳이 패배를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가뜩이나 국민의힘은 최근 원 구성 협상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전략을 전환하기까지 별다른 과정 없이 '급격히' 선회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모 국민의힘 의원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낼 수는 있지만, 그에 앞서 정치적 서사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패배했으니 '그간 당이 추진해 온 정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한다' 같은 큰 틀에서의 정치적 선언이 선결됐어야 명분이 선다"고 꼬집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나 상법 개정안에 대한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 논의에 참여하되, 여당이 집중투표제 등 독소 조항은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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