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혁신위 결론은 권력 분산 아닌 '슈퍼 원톱'…내부선 갑론을박

정치

뉴스1,

2025년 7월 12일, 오전 06:00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1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최고위원제를 없애는 방식의 '단일지도체제'로 바꾸겠다는 혁신안을 내놨다. 최고위원이 가졌던 권한을 당 대표에게 몰아주는 구조로 바꿈으로써 당심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의지다.

당내에선 혁신안을 두고 평가가 갈리고 있다. 혁신안대로라면 과거 이회창 총재 시절에 버금가는 슈퍼 당대표가 출현하게 되는 셈인데 "너무 많은 권한을 쥔다"는 우려와 "강력한 혁신 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동시에 분출하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전날 2차 회의를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당대표 단일지도 체제를 제안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 방안이 의결될 경우,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지도부부터 적용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특별검사팀의 의원실 압수수색을 규탄하고 있다 . 2025.7.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최고위 없애고 중앙당무회의·전국민심회의 신설…비대위 전환 사례 줄어들 듯
그간 국민의힘 내부에선 집단지도체제와 단일지도체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집단지도체제는 당대표 경선에서 최고 득표자가 대표최고위원, 차순위 득표자들이 최고위원이 되는 지도체제를 말한다.

반면 단일지도체제는 당 대표 1인과 당대표가 지명하는 이들이 당을 운영하는 구조를 말한다. 현행 제도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한다는 점에서, 단일지도체제에 집단지도체제 요소가 일부 녹아있는 '혼합형'이다.

집단지도체제의 경우 각 최고위원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당의 '스타'를 길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만큼, 당을 '봉숭아 학당'으로 전락시킬 리스크도 같이 안고 있다.

혁신위원회가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최고위원제까지 없애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당 대표가 오롯이 자신의 사람으로 지도부를 구성하는 '중앙당무회의'를 신설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중앙당무회의는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청년위원장, 여성위원장과 당 대표가 지명하는 원외당협위원장 2인으로 구성된다.

최고위원회가 없어질 경우 당 대표가 자진 사퇴하거나 당원소환제가 발동되지 않는 한 지도부는 해체되지 않는다. 최고위원 사퇴로 지도부가 붕괴됐던 이준석 지도부, 한동훈 지도부 사례의 재발을 막겠다는 게 혁신위의 생각이다. 국민의힘 단일지도체제에서 아직까지 임기를 마친 당 대표는 없었다.

혁신위원회 한 관계자는 "3년 간 대표가 11회 교체됐는데, 혁신안이 통과된다면 적어도 최고위원 사퇴로 지도부가 해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선 패배 이후 보수 정당이 변곡점을 맞이한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당 대표가 혁신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혁신위의 생각이다.

또 다른 혁신위 관계자는 "지난 3년간 당 대표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건 당 외부의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선출직인 당 대표의 권한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대신 '전국민심회의'에 당대표 견제 권한을 부여한다. 17개 시도당의 대표들이 모인 기구로, 의장은 당대표가 맡는다.

당헌이나 당규 개정, 전당대회 소집 요구 등 상임전국위원회 역할에 더해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선출도 민심회의 의결 사안으로 이관한다는 계획이다. 영남권 시도당 대표뿐 아니라 수도권, 호남권 시도당 대표도 모두 같은 의결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영남당' 이미지를 타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지금보다 더 강한 당대표 만드는 것이 맞나"…"강한 리더십으로 신속한 혁신"
혁신안을 두고 야권에선 평가가 갈리고 있다.

혁신안이 비대위를 통과할 경우 당 대표에 권한이 집중된 '슈퍼 원톱 체제'가 출현하게 되는데, 마땅한 브레이크 장치가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국민심회의에 권한을 일부 부여한다지만, 의장이 당대표인 상황에서 각 시도당위원장도 당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원톱 체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원내총무를 원내대표로 격상시켜 '투톱 체제'를 만들었는데 이제와서 더 강한 당대표를 만드는 게 과연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외려 계파 정치가 심화될 수 있다"며 "현재 당 대표로 거론되는 이들이 과연 그토록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을 정도로 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도 고민해 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혁신위원회가 현실적인 방안을 내놨다는 호평도 나온다. 이른바 '러닝메이트'가 허용된 순간, 기존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 견제는 의미가 없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모 국민의힘 의원은 "최고위원회의를 하더라도 어차피 당 대표가 원하는 방안으로 결론이 난다. 사실상 의결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당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부여하는 편이 오히려 빠른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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