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5월 25~26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중 34%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29%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1%에 그쳤다. 20대 여성의 경우에는 이재명 후보 지지 응답이 55%, 김문수 후보 18%, 이준석 후보는 12%에 그쳤던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의 평가는 어땠을까. 여론조사꽃이 대통령 취임 2주 후 쯤인 6월 20~21일 자동응답 전화조사로 실시한 이 대통령에 대한 첫 국정평가에서 20대 남성의 표심이 변화하는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이대남’의 49.1%가 긍정평가, 47.7%가 부정평가를 하면서 오차범위 내긴 하지만 ‘이대남’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대남’의 변화에 따라 전체 20대 응답자들의 여론지형이 변화하기 시작한 건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이전에는 20대에서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보다 높기도 했었으나 대선 이후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직무평가를 보면 7월 초부터 오차범위 내에서 미세하게 긍정평가가 높아지더니 7월 2주차에는 15%포인트 이상 긍정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20대 남성의 보수화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에서 실시한 선거 결과를 보면 이러한 추세가 보편적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35세 미만의 남성이 여성보다 마린 르펜의 극우 정당에 더 많은 표를 줬다. 미국에서도 ‘이대남’의 절반가량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이러한 경향성은 한국에서 유독 심하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데이터 전문기자 존 번머독이 전 세계 젊은 남성과 여성의 정치적 분화를 그래프로 표현했는데 한국이 20대 남녀 분화가 가장 심한 나라로 확인됐다. 미국·독일·영국은 남성의 보수화보다는 여성의 진보화가 특징인 반면 한국은 여성의 진보화보다 남성의 보수화가 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대남’은 기성세대 남성을 ‘치열한 경쟁 없이 그 자리에 거의 무임승차한 사람들’로 보면서 세대 간 갈등 요인을 기저에 깔고 있는 데다 페미니즘 시대에 동년배 여성과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므로 자신들에게 요구되는 기대와 냉혹한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불만이 그들로 하여금 이념적·정치적으로 보수화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유전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도 있는데 인간이 직관적이고 단순한 판단을 내리는 ‘휴리스틱’(heuristic·어림셈법)을 사용할 때 뇌의 내측 전전두엽이 빠르게 반응하는데 보수 성향이 진보 성향보다 휴리스틱 활성화가 더 많이 되면서 더 빨리 평가 내리고 쉽게 설득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특히 ‘이대남’이 인지적 ‘종결 욕구’가 강해 우파 정당에 투표하거나 보수적인 관점을 지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랬던 ‘이대남’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때마침 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20대 남성, 이른바 ‘이대남’이 겪는 차별 문제를 연구해 대책을 만들라고 여성가족부에 지시했다. 이제 ‘이대남’마저 민주당, 이 대통령 지지층으로 돌아서게 될지, 아니면 다시 안티 계층으로 돌아설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