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DDX 사업, '협력' 기조로 전환…남은 쟁점은 1·2번함 '동시 발주'

정치

이데일리,

2025년 9월 15일, 오후 06:56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추진 방식을 둘러싸고 방위사업청과 조선업계 간 이견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알려진 것과 달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전면 경쟁보다는 협력 기조 속에서 방사청이 제시한 ‘상생안’에 의견 접근을 이룬 상황이다. 현재 남은 쟁점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와 ‘후속함(2번함) 건조’를 동시에 발주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집중돼 있다.

15일 군 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업체 간 협의 과정을 거쳐 두 가지 틀을 마련했다. 첫째는 설계 연속성이나 난이도 등의 문제로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에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기되, 조기 발주에 따른 상세설계 과정에 한화오션이 협력하는 방안이다. 연구개발 업체가 아닌 조선소가 설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둘째는 2번함부터 6번함까지 물량을 한 번에 발주하고, 국가계약법 개정으로 신설된 ‘복수 낙찰자 제도’를 적용해 양사 간 물량을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개정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7조의3은 계약 효율성과 긴급한 조달 필요시 둘 이상의 업체와 동시 계약을 허용한다. 방사청은 연구개발 단계인 KDDX 선도함에는 적용이 어렵지만, 양산 단계인 후속함에는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5척을 묶어 경쟁평가 후 1순위 업체가 3척, 2순위 업체가 2척을 분담하는 방안이다. 이에 더해 2번함을 통상의 발주시기와 달리 최대한 조기에 발주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렇게 되면 선도함 건조에 막 착수한 HD현대중공업은 곧바로 나온 2번함 건조는 어려워진다. KDDX 방산업체로 지정된 한화오션이 자연스럽게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후속함은 시험평가 대신 시운전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선도함과 유사한 시기에 전력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방사청은 이같은 방안들을 오는 18일 사업분과위원회에 상정해 판단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가상 시운전 모습 (출처=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설계 참여 허용 방안에 “후속함 건조의 기술협력 차원에서 동의한다”면서 KDDX의 전력화 시기를 고려한 후속함 조기 발주에 대해서도 “정부가 판단할 문제지만, 원론적으로 그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올해 초 방사청 주관으로 한화오션 및 HD현대중공업 간 상생협력 제고를 위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과 후속함(2번) 사업’을 동시에 발주해 양사가 설계에 협력하고 한화오션이 후속함을 건조하는 방안이 논의됐었다”면서 “이 방안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조속히 추진돼 추가적인 전력화 지연 발생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했다.

업체들이 방사청 중재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만큼 큰 틀의 협력 구도는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동시 발주’ 여부를 두고는 방사청과 업체 간 시각차가 존재한다. 연구개발과 양산 단계를 통합해 동시에 발주할 수는 있지만, 이는 하나의 낙찰자가 모든 물량을 수주하는 것이어서 이번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게 방사청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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