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복잡한 이해관계, 부처 간의 입장 차이 때문에 거미줄처럼 규제들이 얽혀 있는데 이런 거미줄 규제를 과감하게 확 걷어내자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배임죄 등 기업의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대대적으로 고쳐보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규제를 빠르게 바꿔나가려면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현장 의견을 과감하게 듣고 필요하다면 법제화를 포함해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규제 합리화를) 진행해 볼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요즘 기업 활동하는 게 너무 힘들다. 온 동네가 편안한 데가 없다"며 참석한 기업인들에게 "대한민국이 저성장 속에서도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잘 견뎌 나가고 있다. 정부도 기업인·경제인이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규제 형식 중에 불합리하고, 불필요하고, 쓸데 없는 것들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며 배임죄 등 처벌조항을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이 한국은 가서 투자 결정을 잘못하면 감옥에 가는 수가 있다고 얘기한다고 그런다"라며 "배임죄라고 하는 게 있지 않냐"고 했다.
이어 "배임죄라는 게 '너 이렇게 하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투자)해서 기업에 손해를 끼쳤어' 배임죄로 기소한다. 유죄 나서 감옥에 간다. 위험해서 어떻게 사업을 하냐. 상상 못 할 일"이라며 "판단과 결정을 자유롭게 하는 게 기업의 속성인데 이런 걸 대대적으로 고쳐보자"고 제안했다.
또 "우리나라는 전과자가 너무 많다. 민방위 기본법, 예비군설치법, 산림법 벌금 10만 원, 5만 원 해서 (처벌 조항이) 너무 많다. 처벌받았다니까 '엄청난 범죄자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나"라며 "이게 우리나라가 해 온 방식이다. 지나치게 처벌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 내 산업재해 사고를 예로 들어 "우리는 사고가 나면 처벌하고, 수사하고, 재판하고, 배상한다. 그런데 몇 년씩 걸려도 나중에 실무자들이 잠깐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돼서 석방되거나 벌금 내고 말고, 별로 효과가 없다. 그런데 엄청난 국가 에너지가 소모된다"며 "그러니 미국이나 선진국이 하는 것처럼 엄청나게 과징금이나 한번 때리고 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에는 그게 훨씬 (충격이) 크지 않나. 사회적 비용도 적고"라며 "대한민국에는 처벌 조항이 불필요하게 너무 많다. 효과도 별로 없다. 이런 부분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윤철 부총리 "이달 중 경제형벌 1차 혁산방안 발표…1년내 30% 정비"
이 대통령의 지적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형벌에 대해서도 기업가정신이나 창의적 경제활동을 저해하지 않도록 형사처벌 위주의 현재 제재를 혁신하고 금전적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려 한다"며 이달 중 배임죄 등 1차 경제형벌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1년 내 전 부처 경제형벌 규정을 30% 정비하겠다는 계획안을 공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우리처럼 아무거나 잘못하기만 하면 형벌, 징역형, 이렇게 해 놓은 나라도 별로 없을 것"이라며 "기업인들도 형사처벌 때문에 망설여지는 일은 없게 돈 벌어서 갚으면 되는 거지. 제재로는 그게 제일 세지 않냐. 그런 방향으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주재로 처음 열린 규제합리화 전략회의에는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해 구 부총리,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부 인사가 총출동했다. 여당에서는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권칠승 당 경제형벌합리화TF 단장이 배석했다.
"AI가 얼굴 좀 보면 어떻나…구더기 생긴다고 장독 없애면 되나"
회의에서 기업인들은 AI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은 "한국의 데이터 활용이 왜 안되냐라고 하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법적 불확실성"이라며 "저작권 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로 인해 또는 소송으로 인해 법적 불확실성이 생겨나고 이로 인해 실제 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이날 회의에서는 현행 자율자동차법상 비식별처리(익명처리, 가명처리) 조항으로 인한 애로사항이 다수 제기됐다. 현재 자율자동차법은 비식별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자율주행 중 촬영된 영상정보 활용을 금지하고 있어 기업들이 AI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악용을 막을 연구를 해야지, 악용 가능성이 있으니 원본을 가지고 학습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AI가 얼굴 좀 보면 어떻나. 우리도 남의 얼굴 다 보고 거리를 다니는데. 악용을 못하게 해야지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원본영상을 보고 학습하지 못하게 해라. 아예 구더기 생길 가능성이 있으니 장독을 없애버리고 우리는 사먹자와 비슷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 경제 성장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볼 생각"이라며 "새로운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하고, 여러 가지 길이 있겠지만 결국 (길은) 대대적인 규제 혁신에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