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드러난 사실은 그렇지 않다. 법원 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검토위원회는 사건과 실제 KDDX 기본설계 사업 간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개념설계 원본을 보관하던 한화오션이 해당 자료 26건을 그대로 기본설계 제안서에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당시 HD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던 시기였던 만큼, 피인수 회사의 문제 제기가 충분치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을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판결문 열람을 막아 방사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현 규정상 제재는 대표이사나 등기임원의 직접 개입이 입증돼야 한다. 계약심의위원회는 이를 확인할 수 없다고 봤고, 결국 부정당업체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단, 2022년 11월부터 3년간 제안서 평가 시 HD현대중공업에 벌점을 부과하도록 했다. 사법적·행정적 조치가 이 수준에서 마무리 된 것이다.

17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8200톤급 이지스구축함(KDX-III Batch-II) 2번함 ‘다산정약용함’ 진수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무인수상정·다목적 무인차량·전자전기 개발 사업 등 어느 하나 치열하지 않은 사업이 없다. 하지만 ‘경쟁업체에 반드시 기회를 보장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유독 KDDX 사업에 대해서만 상생협력 방안을 가져오라고 압박하는 현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함정 사업은 이미 선도함을 담당한 업체 외에도 다른 기업이 후속함(양산)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열려 있다.
‘담합’ 가능성도 있다. KDDX 방산업체로 지정되지 않은 조선소 입장에선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로 판단할 수 있다. HJ중공업이나 SK오션플랜트가 지금이라도 KDDX 방산업체 신청을 통해 자격을 획득하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지금 논리라면 이들까지 다 참여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방위사업 전체를 뒤흔드는 꼴이다.
만약 경쟁입찰을 하더라도 그 이유가 HD현대중공업의 ‘부도덕성’ 때문이라면, 한화오션의 사업 수주 실패시 방사청 스스로가 부도덕하다고 규정한 업체와 계약을 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공무원 조직은 법과 규정에 따라 판단하고 사업을 추진한다. 그런데도 법적 검토나 유권 해석을 압박해왔다. 규정을 뛰어넘는 요구와 규정 변경까지 얘기하는 형국이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하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