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분간 한중 정상회담…한화오션 제재 해제 기대감 '성큼'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1월 01일, 오후 10:08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경주=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서 개최한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화오션(042660) 제재를 둘러싼 생산적인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문제를 두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라는 큰 틀에선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중 정상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한화오션 관련해서도 생산적 논의가 있었다”며 “미중 문제가 풀려가면 한화오션도 생산적인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으며 서로 실무적인 협의를 해나가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97분간 회담에 이어 만찬을 이어가며 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앞서 중국은 14일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해운,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해운홀딩스, HS USA홀딩스 등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중국 내 조직과 개인이 거래·협력할 수 없는 업체로 지정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에 취한 해사·물류·조선업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한 반격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한미 조선 협력을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필리조선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한 한미 협력의 상징이다.

실제 제재를 받은 5곳 모두 필리조선소의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필리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한 회사다. 필리조선소는 이제 막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중이라 즉각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중국이 제재 대상과 내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게다가 한중 정상회담에 앞선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건조 동의를 받아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한화오션에 대한 제재를 당장 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화오션 문제가 거론된 만큼, 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정상간의 대화를 세세하게 소개하거나 확인하긴 어렵다면서도 핵잠에 대해서도 한중 정상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한중정상) 회담에서 양 정상은 여러 현안에 걸쳐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 이는 서로 정치적 신뢰를 공고히 하는 데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다양한 안보 이슈가 다뤄졌다고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위 실장은 이와 함께 양국 정상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실현 구상을 소개하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 것에 대해 시 주석도 한반도 문제 해결과 평화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동의를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위 실장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는 입장을 중국이 유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반도 안정에 관한 중국의 정책적 입장은 유지가 된다는 것을 우리가 여실히 알 수 있었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중국은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부터 계속 내세우던 북핵 해법 ‘쌍중단(雙中斷ㆍ북한의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ㆍ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논의 동시진행)’ 등의 언급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6자회담 초기부터 참여해 온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역시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여건이 변했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6차 핵실험까지 마칠 정도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시점인 만큼, 접근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중국 측의 한중 정상회담 관련 보도에서는 비핵화 언급이 일체 없었다.

앞서 이날 북한은 한중정상회담 전 박명호 외무성 부상의 명의로 담화문을 내고 “백번 천번 만번 비핵화 타령을 늘어놓아도 결단코 실현시킬 수 없는 ‘개꿈’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내성 있게 보여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위 실장은 이어 서해 구조물 문제와 한한령 해제 등 경제·안보 현안도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서해 문제와 한한령 문제 등 모두 다뤄졌고 좋은 논의가 있었다”며 “실무적 협의를 통해 소통하며 문제를 풀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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