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투함정도 한국서 정비 추진… 한미 '조선 동맹' 시대 열린다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1월 14일, 오후 07: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미 군 당국이 기존의 미 해군 ‘비전투함정’ 정비(MRO)에 더해 전투함정 MRO까지 한국에서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조선·방산 분야 협력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또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계획(COTP)’을 평가하면서 내년 미래연합군사령부 본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했다. FOC 검증을 완료하면 전작권 전환 시기가 특정될 전망이다.

14일 발표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미 전투함정이 한국에서 최초로 MRO를 받게 될 것”이라며 “미군 대비태세와 억제력 향상에 있어 역사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또 양국은 방산 공급망 회복탄력성 강화, 조선산업 협력 확대, CH-47(시누크) 엔진 MRO 시범사업 등을 발판으로 방산 협력을 심화해 해상 및 항공자산 분야에 더해 지상 자산에 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현재 수행 중인 미 군수지원함 MRO 협력에 더해 전투함정과 항공기 분야로 협력을 넓히고, 한미 정상간 합의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관련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함정 건조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한국 업체들은 미 해군의 군수지원선이나 지원함 등 비전투함정 MRO 사업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전투함정 MRO는 고도의 기술력과 보안요건, 미군 절차 인증을 필요로 해 진입이 어려운 분야로 여겨졌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전투함정 MRO를 한국에서 받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한국 조선 및 정비 능력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한 단계 격상됐음을 상징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공동성명은 한국의 기존 MRO 수행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공동성명은 방산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법적·제도적 제약이 존재한다고도 언급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미 해군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서는 미측 보안 인증과 기술 이전 범위, 절차 간소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앞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이와 함께 공동성명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을 안정적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올해 한미 공동평가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하고, 2026년 미래연합군사령부 본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했다. FOC 검증 절차를 완료하면 전작권 전환 시기가 특정된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해당 기간 내 전환 완료를 한미 군 당국은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양국은 주한미군의 ‘지속적 전력 수준 유지’를 재확인하며, 주한미군이 지난 70년간 한반도 안정에 기여해왔음을 강조했다. 이는 그간의 공동성명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현재 전력 수준을 유지한다’는 표현을 대체했다. 주한미군 규모·구성·역할이 대북 억제 의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공동성명은 양국 장관이 최근 안보환경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북한·러시아 간 군사협력 심화를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북러 협력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물론 재래식 전력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와 역내 평화·안정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한국 측은 북한의 도발 위험을 억제하기 위한 외교·군사적 노력을 설명하고 긴밀한 공조를 요청했다. 미국은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네 가지 핵심 축 ‘비핵화, 평화체제, 북미관계 변화, 미군 실종자 유해발굴’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한국의 긴장완화 조치에 지지를 표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미국 군사능력으로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기존 공약을 명확히 했다. 두 장관은 올해 한미가 실시한 핵·재래식 통합도상연습(TTX) 성과를 높이 평가했고, NCG를 통한 위기관리·결심구조 강화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특히 향후 SCM에서 NCG 운영 현황을 정례 보고받기로 해 양국 간 핵 관련 협의구조가 연례 국방장관회의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북한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공동성명은 “NLL은 지난 70년간 효과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수단이었다”며 북한의 존중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첨단 국방과학기술 협력도 강조되면서, 인공지능·유무인 복합체계 중심의 기술 동맹을 제도화하기 위한 ‘국방과학기술협력위원회(DSTEC)’ 첫 회의 개최 필요성도 명시됐다.

안 장관은 “한미는 이러한 성과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안보환경과 위협에 대응하고, 한미동맹이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는 데 국방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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