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 '핵잠·원자력' 실마리 잡아…미중 우려 속 '실사구시 외교' 숙제

정치

뉴스1,

2025년 11월 15일, 오전 05:4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지난한 한미 협상 끝에 정부가 숙원 과제인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미국과의 합의 내용이 현실화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는 미국 내의 핵확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평화적 이용'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중국에도 유화 제스처를 보내며 안보 정세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14일) 한미 양국이 공동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는 우리나라의 핵잠 도입과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팩트시트는 지난 8월 워싱턴 정상회담과 지난달 경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망라됐다.

한미 안보 분야 협상의 가장 큰 성과는 한국의 핵잠 도입과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미국 측의 포괄적 동의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현행 협정은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하려면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차후 원자력 협정 개정에 있어서 한국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울러 미국 측은 우리나라의 핵잠 건조를 승인하고 연료 조달 방안 등에 있어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요 20개국(G20) 순방 일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농축·재처리 권한' 발표 직전까지 신경전…韓 요구 상당 부분 수용
안보 분야 팩트시트에 우리의 요구사항이 반영되기 까지 한미 양국은 치열한 샅바싸움을 지속했다. 팩트시트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이견 조율 작업이 있었다고 한다.

팩트시트 문구는 이미 지난 8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윤곽이 나왔다. 하지만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이 요구한 핵잠 도입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할 것을 언급하면서 건조 장소를 놓고 양국이 대립했다고 한다.

이후 한국에서 핵잠을 건조하는 방향에 양국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미국 내에서 우리나라의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놓고 '핵확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팩트시트 협의가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이미 팩트시트 문안이 잠정 확정된 상황에서 미국 측은 관련 문안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더 이상 협의는 없다'고 맞섰고 이 때문에 팩트시트 발표 시점이 늦춰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발표) 마지막 1~2분 전까지 의견 조정이 있었다"며 "마지막까지 (미국의 요구를) 막아서 (지금의) 랭귀지(문안)로 귀착이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측의 요구가 상당 부분 수용된 문안이 담긴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14일) 직접 팩트시트 내용을 발표하며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버티는 거다.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우리의 유일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유일한 조치"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경기 파주시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에서 열린 '경기 북부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美도 中도 우려 목소리…'평화적 이용' 설득 총력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지만 실제 성과까지 이어지려면 다시 지난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해 우리 정부는 원자력 협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모두 우리나라의 군사 역량 강화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어 추가 협의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미국 내부에 우리나라에 대한 핵확산 우려가 여전하고, 중국 또한 핵잠 도입을 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는 전날 우리나라의 핵잠 도입에 대해 "각측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유로 대통령실은 원자력 협정 개정은 원자력에 대한 상업적 이용을, 핵잠 도입은 대북(對北) 억지력 확보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팩트시트를 발표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언급한 건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유화적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전날 경주 한중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 협력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이어 "양국 간 협력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 대처해 가자고 합의했다"며 "앞으로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냉엄한 국제 질서 속에서 우리와 입장이나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근거 없이 배척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다. 미국도 중국과 다방면에 걸쳐 갈등하고 대립하지만 또 한편으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실사구시적인 자세"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팩트시트 발표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것에 대해 "핵잠 도입 같은 중국이 오해할 만한 것들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전했다.

한편 위 안보실장은 주변국의 우려에 대해 "(우리가) 핵무장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핵 연료를 가지고 재래식 잠수함을 추진하는 것일 뿐"이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호주가 (미국으로부터) 핵잠을 받을 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NPT 체제를 존중하고, 그 체제 하에서 (핵잠 도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핵잠을 가지려고 한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억지력과 대응 차원"이라며 "한국이 자기 나라에 중차대한 안보적 수요로 인해 자기가 해야 할 기본적 억지력을 갖는다는 것에 다른 나라가 문제제기 하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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