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초풍...아, 올해가 을사년이구나"...한미협상 뒷이야기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1월 15일, 오전 12:4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대통령실 3실장’의 한미 관세·안보 협상 후일담이 공개됐다.

사진=유튜브 채널 ‘이재명’ 영상 캡처
지난 14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 유튜브 채널에 ‘케미폭발 대통령실 3실장’이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한미 협상이 타결된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 전후 상황이 담겼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당시 분위기에 대해 “긴장감은 거의 극대화 돼 있었고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관세 협상의 주무를 담당했던 김용범 정책실장도 “적어도 우리가 감내 가능하고 끝까지 사투를 벌였던 안, 미국하고 강경하게 마지막까지 대치하고 더 이상 우리가 양보 안 된다고 하는 선이 있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 측이 보내온 협상안에 대해 “기절초풍이라고 해야 할지, 아주 진짜 말도 안 되는 안이어서 ‘아, 올해가 을사년이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일본과의 불평등 조약인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도 을사년이었다는 점을 떠올릴 정도로 고난도 협상이었다는 취지로 보인다.

김 실장은 “그야말로 완전 최악이었다”며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는데 우리와 (입장이) 안 좁혀지니까 엄청 화를 냈고, 그런 것들이 우리한테 전달됐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협상이 극적 타결된 배경에 대해 “주요 플레이어들이 마지막 순간에 입장을 재고하고 상대를 배려해 서로가 물러섰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며 “첫째로 대통령이 대처를 잘했고, 참모들도 지혜를 모아 대처 방안을 잘 궁리했다”고 말했다.

협상 준비 상황과 관련해 “(한미 간) 23차례나 장관급 회담이 있었고 보이지 않는 물밑에선 정말 많은 협상과 회의가 있었다”고 강조한 강 실장은 “정책·안보실장은 진척이 있는 것에 대한 설득을 주로 하는 편이고 아무래도 제가 제일 완강한 입장에 서 있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역할이 저의 역할이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더 완강한 건 대통령이셨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유튜브 채널 ‘이재명’ 영상 캡처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한 뒤 소회를 묻자 “정말로 어려웠던 것은 대외적 관계에 있어서 국내에서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국익과 국민을 위해 합리적 목소리를 내주면 좋은데 ‘빨리 합의해라’, ‘빨리 하지 못하는 게 무능한 거다’, ‘상대방의 요구를 빨리 들어줘라’ 이런 취지의 압박을 내부에서 가하는 상황들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전면에서 정말 힘센 강자와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협상을 하는데 그걸 버티기도 참 힘든 상황에서 뒤에서 자꾸 발목을 잡거나 ‘왜 요구를 빨리 안 들어주느냐’라고 하는 것은 참 견디기 어려웠다”면서 “우리가 가진 유일한 힘은 버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추가로 새롭게 얻어내기 위한 능동적, 적극적인 협상을 하는 게 아니고 상대의 요구에 의해서 국제 질서 재편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일종의 ‘비자발적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선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버티는 것”이라며 “그게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우리의 유일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유일한 조치였다. 늦었다고 혹여라도 지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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