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내 사라진 ‘혁신파’…12·3 이후 달라질까[국회기자24시]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1월 22일, 오전 11:00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다름에 의연하고 비판에 쿨한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민주당과 싸워 이기려면 더 넓게 품고 다양하게 듣고 품격있게 말하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원래 그런 정당이었습니다.”

지난 17일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공개 발언입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여야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에서, 당 메시지가 극단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 취지였습니다. 외연 확장과 혁신 요구가 정치권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당내에서 이런 목소리는 여전히 비주류에 가깝습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포기 외압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총공세에도 지지율 격차 확대

대장동 항소 포기라는 명백한 여당 악재에도 여야 지지율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습니다. 리얼미터·전국지표조사(NBS)·한국갤럽 등 전화면접 조사와 ARS 조사 모두에서 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답보하거나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43%, 국민의힘은 24%를 기록해 양당 간 격차는 19%포인트(p)로 나타났습니다. 항소포기 이슈가 있기 전인 11월 1주차 양당 격차인 14%p보다 오히려 확대됐습니다. 대통령 직함을 빼고 탄핵을 외치는 ‘강공 메시지’나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동원 구호를 앞세워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지만 효과는 사실상 미미한 셈입니다.

지도부 내부에서도 당혹감이 감지됩니다. 지도부 인사들도 “항소포기 이슈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거나, 일부 조사에서 상승한 수치를 제시하는 것 외에는 지지율 정체의 원인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당내에서 혁신·변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목소리는 극소수입니다. 양향자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재섭·김용태 의원 등 소장파 외에는 같은 문제의식을 밝히는 인사를 찾기 어렵습니다. 혁신을 내걸고 있는 친한(親한동훈)계에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자료 = 한국갤럽 제공)
◇‘싸우는 자들에게만 공천’ 공약…내부 비판 줄어들어

이런 흐름에는 장동혁 대표 체제 특성이 짙게 반영돼 있습니다. 장 대표가 “싸우는 자들에게만 공천”을 약속하며 당선된 만큼, 내부 비판을 드러내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졌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당 지도부는 장외 규탄대회 참석 여부와 사유를 공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무 평가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내부 비판은 곧 ‘소극적 투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최근 장 대표는 원내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며 중진·재선 의원들과 잇따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외연 확장 요구는 소수에 그쳤습니다. 4선 이상 중진들은 “대여투쟁에 앞장서겠다”며 장 대표 기조에 보조를 맞췄고, 3선 의원 모임에서도 외연 확장론은 일부 의견에 머물렀습니다. 이에 재선 의원 5명(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등)이 직접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들조차 “재선 전체 의견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에서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강성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권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당내 구조에서는 수도권 의원들의 중도·확장 메시지가 힘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남권 의원이 다수인 상황에서는 영남권 의견을 수도권 의견이 이기기 힘들다”, “이럴 때일수록 중진들이 나서야 하지만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계파색이 옅은 한 국민의힘 의원도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나는 힘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28일 오후 인천 중구 용유로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생각에 잠겨있다.
◇12·3 비상계엄 1주기가 분수령…“이때부턴 달라져야”

당내 성향을 막론하고 오는 12월 3일이 중요한 분수령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계엄 1주기이자 장 대표 취임 100일을 맞는 시점으로, 당내에서는 “이때부터는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도 당 내부에서 계엄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대체로 그런 취지의 방향으로 가는 게 맞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장 대표가 ‘12월까지 강경노선’을 천명해온 만큼, 분수령 이후에는 혁신파 등과의 자유로운 토론과 내부 제언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민의힘은 오는 22일부터 12·3 비상계엄 1주기 전날인 12월 2일까지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를 개최하며 전국 순회 투쟁에 나섭니다. 항소포기 외압 이슈 등 이재명 정권을 향한 ‘강대강’ 전략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싸우는 정당”을 넘어서 “믿고 일을 맡길 정당”을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 이제는 답을 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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