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헌화를 마친 뒤 추모관 언덕을 내려오고 있다. 장 대표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힘으로 이제 국민이 대한민국을 위해서 국민의 기적을 이룰 때"라고 밝혔다. 2025.11.25/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연이틀 지지층 결집에 방점을 찍었다. 당내 일부 반발에도 내년 지방선거에 당심 비중 확대에 힘을 실어주는 등 중도 외연 확장보다는 지지층 끌어안기를 선택한 모습이다.
장 대표는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당원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분명하다. 무도한 이재명 정권과 의회 폭거를 계속하고 있는 민주당과 싸울 때"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이런 발언은 전날'전국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민주당에 고개를 숙이면 목을 부러뜨릴 것"이라는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재선 의원 등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도 외연 확장'보다는 내부 결속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뜻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의 발언 배경에는 다음 달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 등에 나설 경우 오히려 여권의 공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계엄 1년을 맞아 '내란전담 재판부' 신설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고, 내년 초에는 내란재판 1심 판결도 앞두고 있다.
또 오는 27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처리 및 구속영장 심사까지 앞둔 상황에서 기존 지지층 결속마저 느슨해져 지지율 하락 등으로 이어질 경우 여권의 공세를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민주당에 왜 고개를 숙여야 하느냐"며 "민주당이 우리를 내란 세력으로 몰고 있는데 우리가 봐달라고 한다고 민주당이 그 작업을 멈추겠느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계에 대해서는 "절연이라는 표현을 관용적으로 쓰는데, 형식적으로 당과 관계도 없는 분이다. 다만 정서적 끈이 있는 분들이 많을 뿐"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은 지선을 앞두고 당원 결집을 위해 현재당원 50% 대 일반인 여론조사 50%인 후보 경선 규칙을, 당원 70% 대 일반인 여론조사 30%로 하는 방안을 확정하는 등 장 대표의 기조와 발을 맞추고 있다.
아직 지도부에 정식 보고되지 않았지만 총괄기획단은 이날 "민심을 파고드는 것과 동시에 당세 확장을 위해 노력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라며 룰 변경을 사실상 확정했다.
장 대표도 구미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선 룰은 총괄기획단에서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대표로서 당성을 강조해 왔고,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하는 등 총괄기획단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11.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다만 당 일각에서는 장 대표 등 지도부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같은 국민 관심사를 통해 대여 공세를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일반 민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당심에 기대면 공세의 효과도 반감될 뿐 아니라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간다면 민심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일본의 과거사 사과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은 사과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12.3 계엄에 대해 우리 당은 아무리 사과해도 부족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지금 지지율이 정체된 건 과거와 절연을 못하고 있기 때문 아니겠냐"며 "민주당이 우리 목을 부러뜨릴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윤석열과 절연하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진실된 의미를 담으면 민주당도 쉽게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가 사과하는 것은 민주당을 향한 사과가 아니라 국민에게 하는 사과"라며 "우리가 계속 12월 3일에 머물러 있는다면 민주당이 우리 목을 부러뜨리는 게 아니라 국민이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여당이 잘못했을 때 강하게 비판하고 제대로 된 의견을 제시해야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바로 볼 텐데 여당이나 정부가 실책을 해도 현재 지도부의 행보를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 같다"며 "우리가 '제가 가는 길이 맞다' 따라와 달라고 국민에게 말해야 하는 데 지금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jrk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