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중도 행보가 필요하다는 당내 의견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 체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체제를 지키는 것은 보수정당이 당연히 할 일“이라며 ”체제가 무너지는데 제1야당으로서 입을 닫는다면 보수정당의 존재 의의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전날에도 장 대표는 ”민주당은 우리가 고개를 숙이면 고개를 부러뜨리고 허리를 숙이면 허리를 부러뜨릴 것“이라며 비상계엄 1주년에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당 안팎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지난 20일에도 ”내년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전쟁“이라며 지지층 결집을 노린 체제전쟁을 강조했다.
하지만 약 7개월 앞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자체장들은 위기감이 역력하다. 체제전쟁에 몰두한 지도부가 계엄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거부한다면 지선 승리가 요원하다는 우려에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3일 부산 동서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곧 계엄 1년인데 상대가 아무리 입법 독재를 하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더라도 계엄을 자제하지 못해 국민이 만들어준 정권을 3년 만에 헌납한 것은 잘못”이라며 “국민의힘이 분명하게 국민에게 정말 잘못된 일이고 미안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에게 사과하는 걸 두려워하고 주저할 필요가 없다”며 “상대가 밉고 정말 잘못한다고 해서 우리의 잘못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며 그런 태도와 기준으로 다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공격과 체제전쟁만을 강조하고 있는 장 대표를 겨냥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더 강경한 어조로 계엄에 대한 사과와 중도확장을 촉구했다. 오 시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 민심이 중요하다”며 “계엄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윤어게인·강성우파 연대‘에 대해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져도 좋으냐고 묻고 싶다”며 “윤어게인 진영을 간곡히 설득하고 정 안되면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충북지역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충북도당위원장인 엄태영 의원(제천·단양)이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 ‘당명 교체 및 재창단 수준의 결단’을 촉구한 것도 지방선거에 대한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철옹성인 PK(부산·경남)·TK(대구·경북)와 달리 ‘민심 풍향계’로 불리는 충청 지역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장우 대전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정희용 사무총장.(사진 = 연합뉴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전주와 동일한 24%에 머물렀다. 반면 민주당은 전주 대비 1%포인트(P) 상승하며 43%를 기록, 두 당의 격차는 19%p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TK)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이 앞섰고, 연령별로도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제쳤다.
내년 지방선거 전망에서도 여당 후보 당선을 기대한다는 응답이 42%로, 야당 후보 당선을 기대한다는 응답(35%)을 7%p 차이로 앞섰다. 오차범위 밖 결과다. 특히 중도층은 지난달(여당 38%, 야당 36%) 팽팽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여당 44%, 야당 30%로 격차가 13%p나 됐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조사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12.5%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