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공세' 與, 퇴임 대법관 수임제한·행정처 폐지 연내 입법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1월 25일, 오후 06:53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 이후 사법부를 향한 공세를 지속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에 대해 퇴임 후 5년간 대법원 사건 수임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과거 추진했다가 김명수 대법원장도 반대해 무산됐던 대법원 법원행정처 폐지의 구체적 방안도 나왔다. 대법원장이 아예 재판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과격한 의견까지 제시됐다. 사법부 측은 강한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TF는 25일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입법공청회를 열고 △대법관 퇴임 후 수임 제한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체 사법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우선 대법관이 퇴임할 경우 5년 간 대법원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고위법관들은 퇴임 후 3년 간 일정정도 규모 이상의 법무법인 취업이 금지된다. 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대법관들에 대해선 별도로 대법원 사건 수임제한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TF 내부 논의에선 수임제한 기간을 대법관 임기와 똑같은 6년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최종적으로는 5년으로 결정했다. TF위원인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변호사업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 사건을 5년간 수임만 제한하는 것”이라며 “직업선택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며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외부인사 과반’ 사법행정위원회, 법관 인사 총괄…재판개입 우려↑

민주당은 대법관 출신 수임 제한 추진이 전관예우 방지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도장값으로만 5000만원을 받는다거나, 대형로펌 고문으로 연봉 40억원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다”며 “전관예우 악습의 출발점이자 사법불신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대법원 사법행정 총괄 조직인 법원행정처를 폐지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판사 출신으로 21대 국회에서 이탄희 전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과 전체적으로 비슷한 내용이다.

법원 내부 조직인 법원행정처 대신 외부인사가 과반 이상인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해 법원의 사법행정권을 총괄하겠다는 취지다. 추천 인사에는 법원 내부 인사 외에도 △헌법재판소장 △법무부 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원과 직접 연관돼 있는 외부 기관들이 포함돼 있다.

현재 법원행정처장을 대법관이 맡고 있는 것과 달리 사법행정위원회 사무처장은 정무직 공무원이 맡도록 했다. 현재 대법원장이 행사하는 법관의 인사권도, 외부인사들이 참여한 사법행정위원회가 행사하도록 했다.

25일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공청회에서 전현희 TF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법원장은 각 법원의 판사회의가 선출하도록 했다. 부작용을 야기해 사실상 폐지된 김명수 대법원 시절의 ‘법원장 추천제’ 보다 더 급진적 안이다. 여기에 더해 각 법원의 사법행정 관련 중요 사항은 반드시 판사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더 공격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김주현 대한변호사협회 이사는 “퇴임 대법관의 수임 금지 범위를 (대법원 사건에 한정하지 말고) 더 넓혀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국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한동대 법학과 교수)은 “대법원장을 아예 재판업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대법원장의 재판권 행사 금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여기에 더해 사법행정위원회에 시민 참여 확대도 요구했다.

민주당TF 단장인 전현희 의원은 “향후 TF 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 후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법안은 가능하면 당론으로 추진해 연내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법행정은 사법권에 포함…비법관이 하기엔 한계”

법원 측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개인 자격으로 공청회에 참여한 이지영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고법판사)은 법원행정처 폐지안에 대해선 “사법행정권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제안 취지 자체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사법행정권 남용)사태가 불거진 지 8년이 지난 현재, 그동안 사법부가 해온 노력과 변화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그 시절 우려로 폐지해야 한단 의견에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 총괄심의관은 “법원행정처 폐지에 찬성했던 김명수 전 대법원장도 (민주당이 제안했던) 법안엔 명확하게 반대의견을 내비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행정과 재판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사법권엔 당연히 사법행정권도 포함된다”며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하더라도 사법권 독립이 침해될 위험성을 차단하고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이 정치적이거나 외부적인 간섭 없이 독립해서 사법행정의 핵심적 사항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TF안은 절대다수의 위원이 비법관으로 구성된다. 결국 사법행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넘어 사법행정 자체가 외부인에 의해 결정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특히 법관 인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보유하게 돼, 인사를 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 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사법행정을 비법관에게 맡긴다’는 민주당의 구상에 대해서도 “재판 시스템 문제점을 적시에 시정하고 선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재판 경험을 총 투입하고 각급 법원 법관과 원만하게 소통해서 제도 개선을 정착시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정말 필수적”이라며 “이런 역할을 외부인인 비법관이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괄심의관은 대법관 수임 제한에 대해선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전관예우라는) 단순히 추상적이고 막연한 위험성을 근거로 일률적으로 장기간 수임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좀 고려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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