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등판해도 안 잡히는 고환율…野 “돈풀기 후폭풍” 맹공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1월 26일, 오후 05:46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최근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원·달러 고환율이 진정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야당인 국민의힘이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고환율을 잡겠다며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까지 동원한 점을 두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2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1472.4원에 마감했다. 정부가 전날 정규장 마감 후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등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4자 협의체를 만든다고 발표했음에도,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77.1원) 대비 4.7원 내리는 데 그쳤다.

실제 원화 구매력은 비상계엄 당시보다 낮다. 23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89.09(2020년 100)로, 비상계엄·관세 여파가 컸던 지난 3월말(89.2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의 최저치다.

국민의힘은 연일 정부에 고환율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달러 인덱스 상승폭이 3%에 불과한데 원화가 6% 넘게 약세를 보였다”며 “대한민국 원화만 유독히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대외 구매력이 그만큼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러 인덱스란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비해 미국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달러 인덱스 상승폭보다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더 크다면, 원화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약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환율 상승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한마디로 요약을 한다면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구조적인 불신,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가 매우 어렵다는 뜻일 것”이라고도 짚었다.

국민의힘은 원화약세의 주요한 이유로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을 꼽는다. 확장재정 정책으로 한국 통화량 증가율이 미국을 뛰어넘으면서 빠르게 원화 가치가 녹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역 사랑 상품권 등 이른바 현금 살포 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을 앞세운 데 대해서도 거세게 공격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25일에는 ”기재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공단 4자 협의체가 열려서 국민연금의 환율 안정 동원 방안을 논의했다”며 “결국 전 국민의 노후 자산인 국민연금에 손을 벌렸다.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한다는 것은 현 정부의 실책으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의 책임을 전 국민의 노후에 떠넘겼다”고 힐난했다.

개혁신당 역시 고환율 사태의 주요한 원인을 정부의 ‘과도한 돈풀기’라고 지적하며 “정치적인 이유로 본질을 언급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무슨 대책을 세우나”라고 반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SNS를 통해 “올해 긴급 시행된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한 달 전국 소비지출(약 30조 원)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단기간에 시장에 쏟아부었다”며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이 정책은 소비자물가를 0.3~0.6%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부양이 아니라 물가 부양을 해낸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현금 살포성 예산을 이번 예산국회에서 모두 걷어내야 국제사회의 원화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환율 안정을 이룰 수 있다”며 “지방선거용 선심쓰기 보다 경제의 기본기를 챙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고환율 관련 현안질의를 추진 중이다. 기재위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피감기관이다. 기재위 관계자는 “현재 여야 간사간 현안질의를 열 것인지 상의하고 있다”며 “합의가 되면 28일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은 현재 원화약세 현상은 유로, 엔화 등도 같이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또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고도 주장했다. 임세은 민주당 선임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이 현 상황을 ‘환율 참사 3종 세트’라고 조롱하며 국민 불안을 부추기려는 것은 정치적 선동”이라고 반박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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